-
-
시간 유전자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평점 :
<시간유전자>(김혜정/라임)
<인 타임>이란 영화가 있다. 왼쪽 팔에 자신의 생존 시간이 디지털로 나오는데, 시간이 다 되면 죽는다. 일하고 받는 일당도 시간이며, 모든 걸 시간으로 거래한다. 시간이 가진 의미를 풀어내기에 참 좋은 영화라서 아이들과 꼭 보는 편이다. 최근 본 <패러다이스>라는 영화도 다른 사람의 수명을 구입할 수도, 자신의 수명을 팔 수도 있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자신의 수명, 시간을 판다는 익숙한 설정의 어린이 동화가 나왔다. 바로 김혜정 작가의 <시간유전자>다.
10월에 나올 예정인 이 책을, 라임에서 보내주신 가제본으로 읽었다. 김혜정 작가의 최근 작품은 삶, 시간과 관련이 깊은 듯하다. (오백 년째 열다섯,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초등 중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시간유전자>를 사고팔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배경이 함의하는 바가 컸다.
“시간을 사고팔 수 있는 미래, 그 속에서 찾아낸 놀라운 비밀”
이 책 속의 사회에서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팔 수 있다. 부자들은 시간 유전자의 길이를 조절하여 노화 속도를 늦추고,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시간유전자를 팔아 돈을 벌기도 한다.
—---
주인공 지후는 과학이 발달한 사회의 압박을 느끼며 자라는 초등학생이다. 어릴 적 초록색 몸으로 태어난 지후는 수술로 치료받았는데, 가난한 부모님은 시간 유전자를 팔아서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 후로도 시간유전자를 팔아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한다. 엄마는 시간관리사로 일하며,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한다며 가족들을 압박한다. 남들에게 팔아버린 시간만큼 더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시간을 3년쯤 팔아 꽤 유복한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젊어 보이기 위해 운동하고 관리하며, 1년을 2년처럼 알차게 쓴다. 전자기기 수리점을 하는 지후 아빠는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데, 지후 엄마 눈치에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엄마는 지후가 영재 학교에 입학하여 타임 스토어 연구소에 들어가길 바란다. 지금이나 미래나 자녀의 교육과 시간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다름이 없다.
지후는 아빠 가게에서 일하는 세랑 누나에게 관심이 많은데, 세랑은 부모를 잃고 사고로 인해 D바이러스에 걸려 기억을 잃었다. 미스터 유라는 인물은 타임 스토어의 창립자 중 한 명인데, 기억을 잃은 세랑을 돕고 보육원에서 지내게 하며, 지후 아빠의 가게로 일자리를 알선하기도 했다.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후는 자신도 얼른 성인이 되어 시간유전자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누나와 비슷한 나이가 되길 바란다. 그런 중에 시간을 불법 거래하는 곳이 알려지고, 누나의 기억을 되찾는데, 되찾은 기억에서 세랑은 자신이 누구이며, 아빠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세랑과 지후는 혼란스러워하며, 타임 스토어가 숨긴 진실에 다가선다.
—---
아직 출간된 책이 아니거니와 뒷부분을 말하면 중요한 내용을 누설하기에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금세 빠져들어 독서의 재미를 느낄 만한 책이다. 지후가 좋아하는 세랑 누나의 진실을 알게 되며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타임 스토어의 진실과 문제를 파헤치는 이모를 통해, 시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지후 아빠가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안 하면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은 자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우리에겐 필요한데,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푹 빠져들 만하다. 써도써도 늘 부족한 시간이, 어릴 적에는 어찌나 느리게 갔던가.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지루했던 시간. 그 시간을 팔아서 부자가 된다면 괜찮은 일 아닐까? 하지만 시간 유전자를 팔면 딱 그만큼의 노화가 진행되니, 1년을 팔았다면 또래 친구들보다 1살 더 먹는 셈이고, 외모도 그렇게 되니 썩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비판하더라도, 실제로 시간은 그저 흐름이 아니라 재산이다. 우리는 나의 노력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며, 다른 사람의 시간에 돈을 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시간의 소중함만이 아니라 자기 삶과 시간의 주인이 되기 바란다. 시간유전자를 이용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지후의 모험을 통해 마주한 진실과 감동, 그리고 시간을 대하는 아이들 각자의 다른 생각을 나누며, 시간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2024.09.17
*이 책은 ‘라임’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