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다정 죽집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13
우신영 지음, 서영 그림 / 비룡소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다정 죽집>(우신영/비룡소)


청양고추처럼 맵싸리한 이야기도 있지만,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동화도 있다. 그런데 뭉근하고 슴슴하지만, 참 따뜻한 동화가 있다. 마치 할머니가 해주신 팥죽처럼 말이다. 그 슴슴한 맛은 질리지 않고, 때가 되면 그리워진다. <언제나 다정 죽집>이 바로 그런 이야기다. 뜨끈한 팥죽 같은 이 책을 어서들 함께 읽어 보자. 혼자 먹기보단 넉넉히 나눠먹어야 하는 팥죽처럼, 여럿이 함께 나눠 읽을 만한 책이 나왔다.


2024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10대에서 20대까지 포함해서, 어릴 적 황금도깨비상 작품을 읽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일곱 번째 노란 벤치>, <담을 넘은 아이>, <으랏차차 뚱보클럽>, <빨강 연필>, <나는 뻐꾸기다>, <내 생각은 누가 해줘>, 그리고 <건방진 도도군> 등, 정말 뺄 것이 없이 좋은 책으로만 가득차 있다. 이제 이 목록에 <언제나 다정 죽집>이 추가될 때다.


<언제나 다정 죽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다정 죽집’ 이야기다. 평생 팥죽을 만들며 살아온 노부부가 있다. 아플 때, 기운이 없을 때, 든든한 한끼가 필요할 때, 붓기를 뺄 때, 입맛이 없을 때, 그리고 동짓날, 아픔을 어루만지고 정을 나누며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을 가득 담은, 정직한 팥죽만을 만들며 평생을 살아오며, 세 딸을 키운 노부부.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겨우 기운을 차리고 팥죽을 만들지만, 손님은 예전 같지가 않다. 마라탕후루처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슴슴한 팥죽을 더이상 찾지 않고, 다정 죽집 건물 주인도, 다른 죽집 주인이 이 곳에 가게를 열기로 했다고, 동짓날까지만 운영하고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다. 아쉽지만, 할머니는 가게를 정리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생전에 할아버지가 구해줬던 고양이 팥냥이가 다정 죽집 부엌의 도구들에게 꾹꾹이를 한 후로, 부엌 친구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죽집이 사라지면 부엌 친구들도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해 고민한다. 그때 팥냥이가 ‘고양이 빵’ 레시피를 가져오고, 부엌 친구들은 힘을 모아 레시피대로 고양이 빵을 만든다.


과연, 부엌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만든 ‘고양이 빵’은 위기에 처한 다정 죽집을 구할 수 있을까?


얇은 어린이 도서에 작가가 정말 많은 걸 담았다. 사라져가는 옛 음식문화와 도구, 재료 본연의 맛,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음식,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는 주인의 자세, 이웃 간의 따뜻한 배려와 친절, 작은 생명도 가벼이 다루지 않는 따뜻한 마음, 함께 나눠 먹으며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모습, 무엇보다 늙어가고 낡아가는 것을 다정하게 바라모며, 대안을 모색하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이 모든 걸 작품에 녹아내었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마음을 두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고민케 한다.


다정 죽집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다정 죽집의 오래된 부엌 친구들인 가마솥과 홍두께, 주걱과 사발 모두 오래되어 낡고 해진 도구들이다. 게다가 팥죽은 어떤가? 팥죽은 수많은 새로운 음식과 디저트에 밀려, 겨우 동짓날에 맛만 보는, 그마저도 아이들은 찾지 않는 전통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새롭고 독특하며 자극적인 문화 앞에 저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렇게 밀려난 이들에게 돌봄이, 다정함이 필요함을 따뜻하게 나타내며, 공생, 상생의 대안을 보여준다. 온고지신의 지혜가 무엇인지 적확하게 짚어준다.


"입에 쩍쩍 붙는 맛을 내려면 뭔 짓을 못 해. 하지만 몸을 추스르자고 먹는 죽에다가 차마 그런 것들을 들이부을 수야 없지."(75)


마라탕, 탕후루에서부터 달콤한 케이크와 커피, 주스와 에이드, 스무디에 이르기까지, 입맛을 자극하고 사로잡는 음식 앞에, 담백하고 순한 우리 음식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순하고 은은한 향과 맛, 부드럽고 고요하면서 수수한 우리 음식, 담담한 마음으로 정갈하게 놓여진 음식이 풍기던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이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언젠가 낡은 것은 새것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낡은 것의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낡은 자리에 새것과 낡은 것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가 순환하는 과정, 낡은 것과 새것이 서로를 돌보며 순환하는 그 다정함이 필요하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 감정과 방법을, 아름답고 깊이 있는 동화로 풀어낸 <언제나 다정 죽집>. 초등 중학년에게 추천하지만, 저학년과 고학년이 고루 읽을 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2024.09.07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언제나다정죽집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초등추천도서

#우신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