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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 - 아동 학대가 멈추는 그 날까지
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평점 :

<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안도 사토시 지음 / 강물결 옮김 / 다봄)
우연히 이 책의 일본어판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아동 학대 이야기인데, 마치 수사물과 같은 분위기라 하기에,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기에 쾌재를 불렀다. 다 읽고 나니, 이 좋은 책에 홍보가 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은 일본의 아동 상담소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 이야기로, 아동 상담소의 사회복지사와 상담사들이 겪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린다. 제 3자인 우리는 아동 학대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사건의 잔혹성에 몰입하거나 아동의 피해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지만, 이 책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데, 주변 인물, 특히 아동 상담소 직원들의 입장에서 다룬다. 그래서 아동 사건을 다루는 과정이 마치 추리 수사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은 잠복하고 피의자(학대하는 주변 어른들)과 부딪치며(방검복을 입고 나서기도 한다), 추리 과정을 통해 (부모와 주변 인물의 말과 행동을 살펴) 피해 아동을 찾아내고 심지어 시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피해 아동의 보호와 심리, 아울러 재판 과정과 입소 및 위탁 가정에 이르기까지 아동 복지와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일로 따지자면, 아동 학대에 대해서만큼은 경찰이 하는 일보다 더 넓은 범주를 다룬다.
첫 번째 사건은 초등학교에서 도는 소문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밤 열한 시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 귀신 이야기를 하는데, 상담소 직원들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어린 아이가 들어간다는 주민의 신고와 겹치면서, 상담소 직원들은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학교를 보내지 않는 부모다. 집에 사람은 분명 있는데 인기척이 없고, 집주인이 부인이 뚱뚱했다고 한 말을 통해 직원들은 갓 태어난 아기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담소 직원들은 증거를 중심으로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거주인인 가와우에 씨 집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 집은 쓰레기집인데, 진드기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아이와 갓 태어난 아기가 살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너무나도 따뜻한 결말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내가 이맛에 세금을 내지 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 사건은 아이 엄마가 아기를 낳은 지 세 달이 되었는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보건소의 조사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 집을 방문한 상담사들이 엄청난 진실과 마주한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통해 엄마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바를 추정하고, 이를 통해, 집에 숨겨져 있던 아이를 찾아낸다.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포와로 같은데, 소파에 앉아 모든 것을 파악해버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저미도록 아픈 진실과 마주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 번째 사건은 고등학생 요코의 사건이다. 요코와 친구가 상담소에 전화하는데, 여직원과만 얘기하겠다는 요코의 말에 이상을 감지한 직원들은 곧바로 출동하고 상담하며, 요코가 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피해 아동의 72시간 내 검체 채취부터 아동 심리 보호, 피의자와의 격리, 심리 및 지능 검사, 보호소와 위탁 가정, 재판과정과 부모 상담까지, 성폭력 사건의 ABC를 볼 수 있다. 노련한 아동 보호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었으면, 혹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경찰과 병원, 학교와 가족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적절성을 파악하여 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무척 대단하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아동 학대와 장애인 학대, 성폭력 관련 강의를 매년 이수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강의가 별로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강의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고, 우리의 잘못된 도움이 아동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튼 집에 있는 게 무섭고 괴로워서…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부모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무서워도 내 엄마는 그 사람으로 정해져 있고, 돌아갈 곳이 그 집밖에 없으니까… 애들은 선택지가 없는걸요.”(200)
이 책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말이면서도 슬픈 말이다. 요코는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돌아갈 곳은 계부와 친모가 있는 집뿐이다. 게다가 엄마는 모든 잘못을 요코에게 돌리고, 계부는 모든 걸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자 모든 화살을 요코에게 돌린다. 힘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까지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동 상담소 직원들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일본은 우리를 앞선다. 불행하게도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아동 학대 역시 그러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한 발전 과정을 겪는 우리가 겪고, 혹은 겪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보는 내내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지금 현재 일본의 아동 상담소 역할은 이 책에서 상담사들이 하는 역할과 달라졌다고 한다. 학대받는 아동을 조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국가가 하도록 했기에, 상담소는 학대 인지 이후의 아동의 생활과 복지를 전담하게 되었다. 그러니 추리와 수사물인 이 이야기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예전 상담소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동을 생각하는 마음과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 어른들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해졌다. 과정은 복잡해졌지만,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줄고, 이후의 생활로의 연계가 매끄러워졌으리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피해 아동에 관한 접근과 우리의 인식에 큰 전환을 가져다 줄 만한 책이다.
2024.09.15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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