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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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로이스 로리/김나은 역/비룡소)


로이스 로리의 작품이다. 작가 이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빈데비 소녀’로 불리는 미라의 이야기다. 실제 1952년 독일 빈데비 늪지에서 발견되어 ‘빈데비 소녀’라는 애칭이 붙은 이 미라는,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당시 주변 지역의 게르만 전통에 따라 소녀가 제물로 바쳐졌거나 형벌이나 폭력으로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몸에 외상이 없었다. 작은 끈으로 눈을 감싸고, 얌전히 죽어 있는 소녀는 서기 1세기 경 소녀로 밝혀지고, 작가는 이 소녀의 이름을 ‘에스트릴트’로 짓고, 소녀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미 결론이 정해진 이야기를 쓴다는 점에서 작가는 난감해한다.


게르만 족의 전통에 따라 남자 아이들은 전사로, 여자 아이들은 부인으로 자라는데, 가죽 세공사의 딸 에스트릴트는 그 전통을 거부하고자 한다. 유일한 남사친인 ‘파리크’에게서 전사 훈련과 머리 매듭을 배우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새봄 의식에서 남자 아이들처럼 전사로서 자신을 당당히 내세우고자 한다. 에스트릴트는 당시 사회의 관습을 깰 수 있을까?


작가는 빈데비 소녀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당황한다. 그것은 새로운 과학기술로 빈데비 소녀를 검사한 결과, 미라가 ‘소년’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왜소하고 영양 섭취가 부실한 채 외상이 아닌 자연사한 것으로 보이고, 눈을 가린 띠도 머리끈으로 밝혀진다. 작가는 에스트릴트가 살아서 다행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소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년 ‘파리크’다. 어머니는 파리크를 낳다 죽었고,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파리크는 대장장이 밑에서 일하며 헛간에서 살아가지만, 파리크는 동물의 생태와 구조, 뼈에 관심이 많다. 에스트릴트와 만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낯선 노인과 부엉이에 대해서 나누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다. 서리가 내려앉은 어느 날 대장장이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데, 파리크는 뼈 구조에 관한 지식으로 대장장이를 치료한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파리크는 폐렴에 걸리고 마는데.


작가는 두 아이가 시대를 앞선 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은 선구자라고 말한다. 지금 시대였다면 자신의 뜻을 펼치고 꿈을 좇아가는 행복한 삶을 살았겠지만, 그 시대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두 아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두 이야기에서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죽었지만 살았고,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므로, 작가의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형식의 책은 처음이다.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책의 차례도 역사와 인물 이야기가 교차하는는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나의 미라에 두 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독자는 작가와 함께 이야기의 씨줄과 날줄을 함께 엮는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작가의 손끝 마리오네뜨가 아니라, 작가의 손 위에서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방패를 들고 매서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에스트릴트가 보인다. 슈에비아 매듭으로 머리를 묶어 적을 노려보는 에스트릴트를 보면서, 관습을 거부하며 주어진 삶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또한 고독단신의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경외,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파리크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파리크가 현재를 살았다면 그 호기심을 한껏 꽃 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시대와 환경이 그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이 겹친다. 그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과 자연에 대한 순수한 탐구를 잃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반면, 에스트릴트의 강인함은 차가운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더욱 단단해져 갔다. 이 둘은 상반돼 보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맞섰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려 했다.


로이스 로리의 이야기는 늘 깊고 따뜻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담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2024.10.09


*출판사 비룡소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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