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 - 아동 학대가 멈추는 그 날까지
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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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안도 사토시 지음 / 강물결 옮김 / 다봄)


우연히 이 책의 일본어판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아동 학대 이야기인데, 마치 수사물과 같은 분위기라 하기에,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기에 쾌재를 불렀다. 다 읽고 나니, 이 좋은 책에 홍보가 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은 일본의 아동 상담소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 이야기로, 아동 상담소의 사회복지사와 상담사들이 겪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린다. 제 3자인 우리는 아동 학대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사건의 잔혹성에 몰입하거나 아동의 피해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지만, 이 책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데, 주변 인물, 특히 아동 상담소 직원들의 입장에서 다룬다. 그래서 아동 사건을 다루는 과정이 마치 추리 수사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은 잠복하고 피의자(학대하는 주변 어른들)과 부딪치며(방검복을 입고 나서기도 한다), 추리 과정을 통해 (부모와 주변 인물의 말과 행동을 살펴) 피해 아동을 찾아내고 심지어 시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피해 아동의 보호와 심리, 아울러 재판 과정과 입소 및 위탁 가정에 이르기까지 아동 복지와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일로 따지자면, 아동 학대에 대해서만큼은 경찰이 하는 일보다 더 넓은 범주를 다룬다.


첫 번째 사건은 초등학교에서 도는 소문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밤 열한 시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 귀신 이야기를 하는데, 상담소 직원들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어린 아이가 들어간다는 주민의 신고와 겹치면서, 상담소 직원들은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학교를 보내지 않는 부모다. 집에 사람은 분명 있는데 인기척이 없고, 집주인이 부인이 뚱뚱했다고 한 말을 통해 직원들은 갓 태어난 아기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담소 직원들은 증거를 중심으로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거주인인 가와우에 씨 집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 집은 쓰레기집인데, 진드기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아이와 갓 태어난 아기가 살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너무나도 따뜻한 결말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내가 이맛에 세금을 내지 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 사건은 아이 엄마가 아기를 낳은 지 세 달이 되었는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보건소의 조사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 집을 방문한 상담사들이 엄청난 진실과 마주한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통해 엄마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바를 추정하고, 이를 통해, 집에 숨겨져 있던 아이를 찾아낸다.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포와로 같은데, 소파에 앉아 모든 것을 파악해버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저미도록 아픈 진실과 마주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 번째 사건은 고등학생 요코의 사건이다. 요코와 친구가 상담소에 전화하는데, 여직원과만 얘기하겠다는 요코의 말에 이상을 감지한 직원들은 곧바로 출동하고 상담하며, 요코가 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피해 아동의 72시간 내 검체 채취부터 아동 심리 보호, 피의자와의 격리, 심리 및 지능 검사, 보호소와 위탁 가정, 재판과정과 부모 상담까지, 성폭력 사건의 ABC를 볼 수 있다. 노련한 아동 보호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었으면, 혹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경찰과 병원, 학교와 가족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적절성을 파악하여 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무척 대단하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아동 학대와 장애인 학대, 성폭력 관련 강의를 매년 이수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강의가 별로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강의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고, 우리의 잘못된 도움이 아동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튼 집에 있는 게 무섭고 괴로워서…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부모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무서워도 내 엄마는 그 사람으로 정해져 있고, 돌아갈 곳이 그 집밖에 없으니까… 애들은 선택지가 없는걸요.”(200)


이 책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말이면서도 슬픈 말이다. 요코는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돌아갈 곳은 계부와 친모가 있는 집뿐이다. 게다가 엄마는 모든 잘못을 요코에게 돌리고, 계부는 모든 걸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자 모든 화살을 요코에게 돌린다. 힘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까지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동 상담소 직원들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일본은 우리를 앞선다. 불행하게도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아동 학대 역시 그러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한 발전 과정을 겪는 우리가 겪고, 혹은 겪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보는 내내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지금 현재 일본의 아동 상담소 역할은 이 책에서 상담사들이 하는 역할과 달라졌다고 한다. 학대받는 아동을 조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국가가 하도록 했기에, 상담소는 학대 인지 이후의 아동의 생활과 복지를 전담하게 되었다. 그러니 추리와 수사물인 이 이야기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예전 상담소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동을 생각하는 마음과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 어른들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해졌다. 과정은 복잡해졌지만,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줄고, 이후의 생활로의 연계가 매끄러워졌으리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피해 아동에 관한 접근과 우리의 인식에 큰 전환을 가져다 줄 만한 책이다.


2024.09.15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달려라아동상담소빛을 향하여 #아동학대 #도서추천 #다봄 #다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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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7 - 세종 대왕이 우리말 랩을 한다고? 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7
양화당 지음, 권송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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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7](양화당 글 / 권송이 그림 / 웅진주니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글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한 나라의 모든 국민이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문자를 사용하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이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정작 우리말에 대해서 자세히 가르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물론이거니와 한글의 유래와 발음, 어원, 사투리, 그리고 외래어와 신조어까지 다루다 보면, ‘한글이 쉽다는 건 다 거짓말 아니냐’는 아이들의 투정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말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추천하곤 하는데, 이번에 읽은 <세종 대왕이 우리말 랩을 한다고?>가 그에 적합했다.


이 책은 ‘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시리즈의 일곱 번째 도서다. K탐정 시리즈는 대한민국의 특징을 다채롭게 다루는 도서인데, 이번 책은 우리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리말의 기본부터 탄탄하게 알려준다.


‘국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국어를 쓰지만, 이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어란 한 나라의 국민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하며, 우리나라의 국어는 한국어다. 그러므로 국어는 한국어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말과 글 모두가 포함된다. 책은 여러 나라의 국어를 소개하면서, 국어가 하나가 아닌 스위스와 공식적으로 국어를 정하지 않은 미국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깨알 같은 소중한 지식을 얻는 기회다.


또한 뜻글자인 한자와 달리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소리글자인 한글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세종대왕이 어떤 것을 본떠 한글을 만들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말의 여러 어원을 예로 들며 그 뿌리를 탐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돌팔이’의 뜻은 나도 처음 알게 되어 놀라웠다. 돌팔이는 ‘돌’(돈다는 의미)과 ‘바리’(무당이라는 뜻)가 합쳐진 말로,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무당을 뜻한다.


그리고 사투리에 대한 단원은 무척 흥미롭다. 표준어와 달리 지역마다 다른 언어의 특징을 소개하면서, 사투리도 가치 있는 우리말이며 지켜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는 ‘부추전’을 여러 사투리로 설명하는데, 같은 음식을 두고도 지역마다 그 특색이 다른 점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높임말 사용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언어의 특징을 보여준다. ‘얼음’이라는 단어가 많은 이누이트족의 언어, 무지개를 ‘레인보우 식스’라고 표현하는 문화, 남녀에 따라 말이 다른 일본의 언어 문화를 배우는 점도 인상 깊다.


마지막으로 외국어와 외래어, 신조어에 대해 다루며, 우리말을 보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가르쳐 준다. 책 전반에 걸쳐 ‘나세종’ 가족이 우리말 노래자랑을 준비하는 과정과 난관이 등장할 때마다 활약하는 K탐정의 이야기가 더해져 책의 재미를 높인다.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다.


곧 한글날이 다가온다. 초등학생들이 알아야 할 한글의 모든 것을 담은 도서로,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우리말의 특징을 만화와 그림, 여러 설명을 통해 쉽게 풀어내어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깊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훌륭한 책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한다.


2024.09.10


*이 서평은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K탐정 #척척척대한민국 #웅진주니어 #세종대왕이우리말랩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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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정 죽집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13
우신영 지음, 서영 그림 / 비룡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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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정 죽집>(우신영/비룡소)


청양고추처럼 맵싸리한 이야기도 있지만,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동화도 있다. 그런데 뭉근하고 슴슴하지만, 참 따뜻한 동화가 있다. 마치 할머니가 해주신 팥죽처럼 말이다. 그 슴슴한 맛은 질리지 않고, 때가 되면 그리워진다. <언제나 다정 죽집>이 바로 그런 이야기다. 뜨끈한 팥죽 같은 이 책을 어서들 함께 읽어 보자. 혼자 먹기보단 넉넉히 나눠먹어야 하는 팥죽처럼, 여럿이 함께 나눠 읽을 만한 책이 나왔다.


2024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10대에서 20대까지 포함해서, 어릴 적 황금도깨비상 작품을 읽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일곱 번째 노란 벤치>, <담을 넘은 아이>, <으랏차차 뚱보클럽>, <빨강 연필>, <나는 뻐꾸기다>, <내 생각은 누가 해줘>, 그리고 <건방진 도도군> 등, 정말 뺄 것이 없이 좋은 책으로만 가득차 있다. 이제 이 목록에 <언제나 다정 죽집>이 추가될 때다.


<언제나 다정 죽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다정 죽집’ 이야기다. 평생 팥죽을 만들며 살아온 노부부가 있다. 아플 때, 기운이 없을 때, 든든한 한끼가 필요할 때, 붓기를 뺄 때, 입맛이 없을 때, 그리고 동짓날, 아픔을 어루만지고 정을 나누며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을 가득 담은, 정직한 팥죽만을 만들며 평생을 살아오며, 세 딸을 키운 노부부.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겨우 기운을 차리고 팥죽을 만들지만, 손님은 예전 같지가 않다. 마라탕후루처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슴슴한 팥죽을 더이상 찾지 않고, 다정 죽집 건물 주인도, 다른 죽집 주인이 이 곳에 가게를 열기로 했다고, 동짓날까지만 운영하고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다. 아쉽지만, 할머니는 가게를 정리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생전에 할아버지가 구해줬던 고양이 팥냥이가 다정 죽집 부엌의 도구들에게 꾹꾹이를 한 후로, 부엌 친구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죽집이 사라지면 부엌 친구들도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해 고민한다. 그때 팥냥이가 ‘고양이 빵’ 레시피를 가져오고, 부엌 친구들은 힘을 모아 레시피대로 고양이 빵을 만든다.


과연, 부엌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만든 ‘고양이 빵’은 위기에 처한 다정 죽집을 구할 수 있을까?


얇은 어린이 도서에 작가가 정말 많은 걸 담았다. 사라져가는 옛 음식문화와 도구, 재료 본연의 맛,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음식,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는 주인의 자세, 이웃 간의 따뜻한 배려와 친절, 작은 생명도 가벼이 다루지 않는 따뜻한 마음, 함께 나눠 먹으며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모습, 무엇보다 늙어가고 낡아가는 것을 다정하게 바라모며, 대안을 모색하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이 모든 걸 작품에 녹아내었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마음을 두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고민케 한다.


다정 죽집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다정 죽집의 오래된 부엌 친구들인 가마솥과 홍두께, 주걱과 사발 모두 오래되어 낡고 해진 도구들이다. 게다가 팥죽은 어떤가? 팥죽은 수많은 새로운 음식과 디저트에 밀려, 겨우 동짓날에 맛만 보는, 그마저도 아이들은 찾지 않는 전통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새롭고 독특하며 자극적인 문화 앞에 저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렇게 밀려난 이들에게 돌봄이, 다정함이 필요함을 따뜻하게 나타내며, 공생, 상생의 대안을 보여준다. 온고지신의 지혜가 무엇인지 적확하게 짚어준다.


"입에 쩍쩍 붙는 맛을 내려면 뭔 짓을 못 해. 하지만 몸을 추스르자고 먹는 죽에다가 차마 그런 것들을 들이부을 수야 없지."(75)


마라탕, 탕후루에서부터 달콤한 케이크와 커피, 주스와 에이드, 스무디에 이르기까지, 입맛을 자극하고 사로잡는 음식 앞에, 담백하고 순한 우리 음식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순하고 은은한 향과 맛, 부드럽고 고요하면서 수수한 우리 음식, 담담한 마음으로 정갈하게 놓여진 음식이 풍기던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이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언젠가 낡은 것은 새것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낡은 것의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낡은 자리에 새것과 낡은 것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가 순환하는 과정, 낡은 것과 새것이 서로를 돌보며 순환하는 그 다정함이 필요하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 감정과 방법을, 아름답고 깊이 있는 동화로 풀어낸 <언제나 다정 죽집>. 초등 중학년에게 추천하지만, 저학년과 고학년이 고루 읽을 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2024.09.07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언제나다정죽집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초등추천도서

#우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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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박지원 지음, 성나미 엮음, 최수웅 그림 / 청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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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솔출판사에서 <열하일기> 개정판이 나온다기에 반가웠다. 이 책의 이전 도서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던 20여 년 전부터, 늘 책장 깊숙이 꽂혀 있던 책이다. <열하일기> 속 여러 작품은 여전히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데, 정작 <열하일기> 자체를 읽자고 하면 아이들은 싫다고 한다. 사실 딱히 딱히 재미가 있는 책도 아니고 완역본은 1600쪽이 넘고, 청소년을 위한 도서 역시 까다롭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열하일기>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그런데 개정되어 나온 이 책이라면, 아이들과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고종황제의 70세를 축하하는 사신에 임명되어 중국으로 떠나게 된 사촌 형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로 여행하면서 겪은 일을 기록한 책이다. 기행문 형식이지만, 그 안에 청나라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조선 백성들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고민, 조선의 불합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연암의 깊은 고찰이 담겨 있다. 그저 유람기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인 연암이 조선과 지도층, 그리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매우 뛰어난 문장을 보여주는 명저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기행문이라고 하는 데 손색이 없다.


🏛️ 특히 역사에서 배운 실학, 실사구시, 이용후생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면서, 영정조 시대의 사회상과 국제정세를 파악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의 지배층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도 많기에, 조선 후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청솔 출판사의 <열하일기>는 작품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초중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뤘다. 원작의 극히 일부분을 다루지만, 박지원의 청나라 여행기, 조선 사신단의 여정을 함께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 사행단의 여정은 6천 리, 대략 2400킬로미터나 되는 여정으로 왕복한 거리는 4000킬로미터가 넘는다. 기간 역시 약 5개월 정도인데, 그 긴 기간의 여정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그 안에 연암의 학문만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조선에서 청나라로 건너가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는 여정에서부터 바다를 따라 연경(북경)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과 풍속 이야기, 그리고 위인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고 흡입력이 있다. 그 여정의 길목에는 고려와 고구려의 역사가 그대로 놓여 있기에, 박지원의 기행은 그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청나라 백성들의 삶과 사회, 생활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는 연암은 자유롭고 발전하는 사회 분위기를 부러워하며, 우리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인다.


🎬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국경을 건너면서 몸을 수색하는데,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금했던 조선은 대부분의 물건을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한다. 역사책에서만 보았던 내용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요동백탑 앞에서 찬란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은 쉽사리 가지 못하는 너른 벌판을 보며 눈물짓는 장면은 이 책의 명장면 중 하나다. 또한, 낙타를 볼 기회를 몇 번 놓쳐 아쉬워하는 장면과 만리장성을 보며 그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 장면은 역사책만으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 그리고 연경에 도착해서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부러워하는 장면과 황제를 배알하기 위해 삼궤구고의 예를 연습하는 치욕 앞에서 힘없는 나라 백성으로서의 굴욕을 느낀다. 태풍으로 하인이 다쳤을 때는 나귀를 구해 편하게 가게 하는 연암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고, 열하에 도착해 중국 학자들과 필담을 나누면서 조선의 학문과 학자들이 뒤처지지 않으며, 외국과의 교류와 무역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린다.


🌟 연암 박지원,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열하일기>. 그의 대표작을 접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열하일기>를 맛본 다음, 조금 더 두꺼운 책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4.08.31


*본 서평은 출판사 청솔에서 보낸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열하일기

#박지원

#청솔

#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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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삼인방 - 지키지 못한 약속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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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삼인방>(정명섭/생각학교)


이 책은 정명섭 작가의 작품으로, 이 작가의 책은 한두 권 읽은 적이 있다. 사건을 끌어가는 작가의 독특한 흐름이 인상적이었던 <수상한 졸업여행>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다소 뜬금없는 전개였지만, 아이들과 흥미롭게 읽었다.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책을 보내준다고 했을 때, 백석의 이야기라는 점보다 정명섭 작가이기에 기뻤다.


이 책은 시인 백석을 중심으로 그의 친구 허준, 신현중,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공유한 이들로, 조선일보에 함께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주로 1934년에서 1939년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대체로 일본의 문화통치와 창씨개명 등 굵직한 사건과 함께 일본의 영향으로 현대화되는 조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화와 발전의 과정에서, 일제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그로 인해 끈끈한 우정을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책을 읽으며 백석의 문인으로서의 모습보다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점이 좋았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내려와 경성에서 모던보이로 살아가지만 고향을 잊지 않는 백석의 인간적인 면과 좋아하지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소심한 면이 매력있었다. 이 작품에서 백석은 지식인으로서 문화적 저항을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강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그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저항은 개성을 떠나 일본의 힘이 덜 미치는 만주로 간 일이다.


백석과 함께 광화문 삼인방으로 불리는 허준과 신현중 사이에 벌어지는 친구 관계와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부분, 그리고 현대화하는 경성을 누비며 새로운 문물을 대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마치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듯한 구체적인 묘사는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했기에 사실적이었다.


작가의 상상이지만, 광화문에 있던 총독부가 철거되면 다시 만나자던 이들의 약속은, 저항과 희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일제 치하에 겪은 상처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분단으로 인해 더더욱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듯하다.


특별한 사건도, 심각한 딜레마도 없는 작품이다. 가장 큰 갈등이라면 백석이 좋아하는 여인을 신현중이 가로챈다는(?) 점인데,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저 스캔들로 여기던 일이 백석과 친구 사이에 어떤 미묘한 관계가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특히 그 후에 다시 친구로 지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읽을 때 분명 평이하고 단조로운 작품으로 여겨질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자 가치는, 당시의 모습과 세 친구의 고민을 격변의 시대 속에서 마치 곁에서 함께하는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에 있다. 그저 역사책에서 배우기만 했던 1930년대의 일제가, 이 작품에서는 실질적인 삶의 문제로 다가오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는 듯한 몰입감을 선물한다. 동시에 백석이 시를 통해서 표현했던 것이, 그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지만, 이 시기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백석 시인에 대해 알고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2024. 08. 20


*이 글은 ‘생각학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광화문삼인방

#정명섭

#생각학교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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