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삼인방 - 지키지 못한 약속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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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삼인방>(정명섭/생각학교)


이 책은 정명섭 작가의 작품으로, 이 작가의 책은 한두 권 읽은 적이 있다. 사건을 끌어가는 작가의 독특한 흐름이 인상적이었던 <수상한 졸업여행>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다소 뜬금없는 전개였지만, 아이들과 흥미롭게 읽었다.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책을 보내준다고 했을 때, 백석의 이야기라는 점보다 정명섭 작가이기에 기뻤다.


이 책은 시인 백석을 중심으로 그의 친구 허준, 신현중,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공유한 이들로, 조선일보에 함께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주로 1934년에서 1939년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대체로 일본의 문화통치와 창씨개명 등 굵직한 사건과 함께 일본의 영향으로 현대화되는 조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화와 발전의 과정에서, 일제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그로 인해 끈끈한 우정을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책을 읽으며 백석의 문인으로서의 모습보다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점이 좋았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내려와 경성에서 모던보이로 살아가지만 고향을 잊지 않는 백석의 인간적인 면과 좋아하지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소심한 면이 매력있었다. 이 작품에서 백석은 지식인으로서 문화적 저항을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강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그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저항은 개성을 떠나 일본의 힘이 덜 미치는 만주로 간 일이다.


백석과 함께 광화문 삼인방으로 불리는 허준과 신현중 사이에 벌어지는 친구 관계와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부분, 그리고 현대화하는 경성을 누비며 새로운 문물을 대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마치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듯한 구체적인 묘사는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했기에 사실적이었다.


작가의 상상이지만, 광화문에 있던 총독부가 철거되면 다시 만나자던 이들의 약속은, 저항과 희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일제 치하에 겪은 상처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분단으로 인해 더더욱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듯하다.


특별한 사건도, 심각한 딜레마도 없는 작품이다. 가장 큰 갈등이라면 백석이 좋아하는 여인을 신현중이 가로챈다는(?) 점인데,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저 스캔들로 여기던 일이 백석과 친구 사이에 어떤 미묘한 관계가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특히 그 후에 다시 친구로 지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읽을 때 분명 평이하고 단조로운 작품으로 여겨질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자 가치는, 당시의 모습과 세 친구의 고민을 격변의 시대 속에서 마치 곁에서 함께하는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에 있다. 그저 역사책에서 배우기만 했던 1930년대의 일제가, 이 작품에서는 실질적인 삶의 문제로 다가오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는 듯한 몰입감을 선물한다. 동시에 백석이 시를 통해서 표현했던 것이, 그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지만, 이 시기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백석 시인에 대해 알고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2024. 08. 20


*이 글은 ‘생각학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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