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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ㅣ 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박지원 지음, 성나미 엮음, 최수웅 그림 / 청솔 / 2024년 6월
평점 :

📚 청솔출판사에서 <열하일기> 개정판이 나온다기에 반가웠다. 이 책의 이전 도서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던 20여 년 전부터, 늘 책장 깊숙이 꽂혀 있던 책이다. <열하일기> 속 여러 작품은 여전히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데, 정작 <열하일기> 자체를 읽자고 하면 아이들은 싫다고 한다. 사실 딱히 딱히 재미가 있는 책도 아니고 완역본은 1600쪽이 넘고, 청소년을 위한 도서 역시 까다롭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열하일기>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그런데 개정되어 나온 이 책이라면, 아이들과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고종황제의 70세를 축하하는 사신에 임명되어 중국으로 떠나게 된 사촌 형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로 여행하면서 겪은 일을 기록한 책이다. 기행문 형식이지만, 그 안에 청나라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조선 백성들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고민, 조선의 불합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연암의 깊은 고찰이 담겨 있다. 그저 유람기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인물인 연암이 조선과 지도층, 그리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매우 뛰어난 문장을 보여주는 명저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기행문이라고 하는 데 손색이 없다.
🏛️ 특히 역사에서 배운 실학, 실사구시, 이용후생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이면서, 영정조 시대의 사회상과 국제정세를 파악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의 지배층이 가진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도 많기에, 조선 후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청솔 출판사의 <열하일기>는 작품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초중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뤘다. 원작의 극히 일부분을 다루지만, 박지원의 청나라 여행기, 조선 사신단의 여정을 함께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 사행단의 여정은 6천 리, 대략 2400킬로미터나 되는 여정으로 왕복한 거리는 4000킬로미터가 넘는다. 기간 역시 약 5개월 정도인데, 그 긴 기간의 여정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그 안에 연암의 학문만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조선에서 청나라로 건너가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는 여정에서부터 바다를 따라 연경(북경)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과 풍속 이야기, 그리고 위인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고 흡입력이 있다. 그 여정의 길목에는 고려와 고구려의 역사가 그대로 놓여 있기에, 박지원의 기행은 그 역사를 따라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청나라 백성들의 삶과 사회, 생활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는 연암은 자유롭고 발전하는 사회 분위기를 부러워하며, 우리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인다.
🎬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국경을 건너면서 몸을 수색하는데,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금했던 조선은 대부분의 물건을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한다. 역사책에서만 보았던 내용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요동백탑 앞에서 찬란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은 쉽사리 가지 못하는 너른 벌판을 보며 눈물짓는 장면은 이 책의 명장면 중 하나다. 또한, 낙타를 볼 기회를 몇 번 놓쳐 아쉬워하는 장면과 만리장성을 보며 그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 장면은 역사책만으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 그리고 연경에 도착해서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부러워하는 장면과 황제를 배알하기 위해 삼궤구고의 예를 연습하는 치욕 앞에서 힘없는 나라 백성으로서의 굴욕을 느낀다. 태풍으로 하인이 다쳤을 때는 나귀를 구해 편하게 가게 하는 연암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고, 열하에 도착해 중국 학자들과 필담을 나누면서 조선의 학문과 학자들이 뒤처지지 않으며, 외국과의 교류와 무역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린다.
🌟 연암 박지원,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열하일기>. 그의 대표작을 접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열하일기>를 맛본 다음, 조금 더 두꺼운 책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4.08.31
*본 서평은 출판사 청솔에서 보낸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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