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삼인방 - 지키지 못한 약속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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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삼인방>(정명섭/생각학교)


이 책은 정명섭 작가의 작품으로, 이 작가의 책은 한두 권 읽은 적이 있다. 사건을 끌어가는 작가의 독특한 흐름이 인상적이었던 <수상한 졸업여행>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다소 뜬금없는 전개였지만, 아이들과 흥미롭게 읽었다.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책을 보내준다고 했을 때, 백석의 이야기라는 점보다 정명섭 작가이기에 기뻤다.


이 책은 시인 백석을 중심으로 그의 친구 허준, 신현중,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공유한 이들로, 조선일보에 함께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주로 1934년에서 1939년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대체로 일본의 문화통치와 창씨개명 등 굵직한 사건과 함께 일본의 영향으로 현대화되는 조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화와 발전의 과정에서, 일제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그로 인해 끈끈한 우정을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 책을 읽으며 백석의 문인으로서의 모습보다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점이 좋았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내려와 경성에서 모던보이로 살아가지만 고향을 잊지 않는 백석의 인간적인 면과 좋아하지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소심한 면이 매력있었다. 이 작품에서 백석은 지식인으로서 문화적 저항을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강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그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저항은 개성을 떠나 일본의 힘이 덜 미치는 만주로 간 일이다.


백석과 함께 광화문 삼인방으로 불리는 허준과 신현중 사이에 벌어지는 친구 관계와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부분, 그리고 현대화하는 경성을 누비며 새로운 문물을 대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마치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듯한 구체적인 묘사는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했기에 사실적이었다.


작가의 상상이지만, 광화문에 있던 총독부가 철거되면 다시 만나자던 이들의 약속은, 저항과 희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이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일제 치하에 겪은 상처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분단으로 인해 더더욱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듯하다.


특별한 사건도, 심각한 딜레마도 없는 작품이다. 가장 큰 갈등이라면 백석이 좋아하는 여인을 신현중이 가로챈다는(?) 점인데,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저 스캔들로 여기던 일이 백석과 친구 사이에 어떤 미묘한 관계가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특히 그 후에 다시 친구로 지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읽을 때 분명 평이하고 단조로운 작품으로 여겨질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자 가치는, 당시의 모습과 세 친구의 고민을 격변의 시대 속에서 마치 곁에서 함께하는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에 있다. 그저 역사책에서 배우기만 했던 1930년대의 일제가, 이 작품에서는 실질적인 삶의 문제로 다가오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는 듯한 몰입감을 선물한다. 동시에 백석이 시를 통해서 표현했던 것이, 그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지만, 이 시기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백석 시인에 대해 알고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2024. 08. 20


*이 글은 ‘생각학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광화문삼인방

#정명섭

#생각학교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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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 작은책마을 58
은영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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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은영 글 /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두 주인공의 이름을 간판에 내세운 이 책 <하맹순과 오수아>는 지극히 촌스러운 이름과 꽤나 현대적인 이름을 가진 독특한 두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름부터 외모까지 뭐하나 닮은 것이 없는 두 아이는 둘도 없는 단짝인데, 그것으로 모자라 좋아하는 아이도 같다! 바로 같은 반의 강한별. 아이돌처럼 잘생긴데다 차분한 아이라 많은 아이들이 짝사랑한다. 모쏠인 맹순과 수아는 한별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를 따지면서, 자신이 좋아해도 되냐고 물어 본다. 영혼의 단짝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 양보는 없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물러섬이 없고, 그 안에서도 우정을 지키는 두 아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맹순과 수아가 친구가 된 지 3년을 기념하러 사진을 찍으러 갈 때, 수아가 자전거에 부딪쳐 팔을 깁스하는 일이 생긴다. 맹순의 진심어린 걱정에, 수아는 수술할 수도 있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자신이 한별을 좋아해도 되냐고 묻는다. 이상한 전개에 당황한 맹순은 다 죽어가는(?) 친구의 소원을 들어준다. 깁스와 죽음, 그리고 한별이 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상황을 그렇게 이어가는 두 아이의 논리에 큭큭 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얼마 뒤 시소를 타는 맹순과 수아 사이로, 태권도를 가던 은지가 와서는 같은 태권도를 다니는 강한별이 벌레를 무서워하기에, 강한별은 벌레를 잘 잡는 아이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며 알려준다. 때마침 한별이 나타나고 그와 함께 벌도 나타나는데, 맹순은 벌레를 잘 잡는 아이로 보이고 싶어서 벌을 잡다가 코를 쏘인다. 코가 빨갛게 부어가는 상황에서 맹순은 수아에게 자신이 한별을 좋아하겠다고 말한다. 맥락없이 이어지는 상황에 독자가 당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다. 자신의 모든 상황을 한별과 이어가는 아이들이 재미있고, 모쏠에서 탈출하고픈, 아니 진정한 사랑을 이루고픈 아이들의 갈망이 느껴진다. 초등 저학년에게서 말이다.


다음 날, 한별은 맹순에게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떤 모양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맹순은 작전이 성공했음을 직감하고, 한별의 고백을 받기 위해 때마침 오는 생일을 이용해 파티를 열기로 한다. 과연 맹순의 바람은 이뤄질 것인가? 꽤나 재미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에, 결말을 절대 알려줄 순 없을 것 같다. 그 재미는 어린 독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비밀이다.


‘하맹순’이란 촌스런 이름은 약하게 태어난 맹순이 건강하게 오래 살길 바라며, 할머니가 철학관에서 어렵사리 지어온 이름이다. 세련된 이름을 가진 ‘오수아’는 부모님이 떠나서 할머니와만 사는 아이다. 여러모로 대조되는 두 아이가, 영혼의 단짝을 넘어 진실된 친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완전 다르지만, 같은 사람을 좋아할 정도로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단짝, 흥, 칫, 뿡 하면서도 금세 마음을 여는 맹순과 수아를 보면서, 우리네 친구 관계도 돌아보게 만든다. 두 아이가 타는 시소처럼, 사람의 관계도 오르내리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 절묘한 균형이 이뤄지는 바탕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잡히는 균형이다. 친구 은지가 시소 가운데 서서 그 균형을 잡기도, 깨기도 하는 장면은 이 책의 묘미다.


실력있는 작가가 여러 상징과 의미를 담은 장치를 활용해서 간단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두 친구의 우정과 사랑, 그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겠지만, 중, 고학년이라면 두 아이의 관계와 처지, 변화에 주목할 것이다. 어떤 어린이가 읽든, 친구란 친하면서도 견제하고, 싸우다가도 화해하고, 밉다가도 좋으며, 시소처럼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임을 깨닫게 되리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꽤나 무거운 생각도 풀어낼 만한 책이다. 초등 저학년에게 적극 추천한다.


2024. 08. 15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하맹순과오수아

#웅진주니어

#은영

#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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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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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이현/창비)


출간 되기 전에 좋은 책을 먼저 읽는다는 기쁨, 훌륭한 작가의 도서, 날것 그대로의 작품을 맞는 느낌이란! 게다가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가 좋아하는, 이현 작가의 책이라니. 바로 <라이프 재킷>이다.


출판사에서 보낸 책을 받자마자 설렜다. 아무 장식도 없지만, 파란표지에는 푸른 바다가 담겨 있고, 제목을 둘로 가른 ‘라이프’와 재킷‘은 둘을 갈라놓을 암울한 결말을 의미하는 듯했다. 앞부분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점은 배경이 내가 사는 부산이라는 점이었다.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부산 아이들의 생생한 입말이 가득 담겨 있어 정겨웠다. 다만 부산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경상 지역 이외의 아이들은 읽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남은 아아도 잡겠네.”라는 표현에서 ‘아아’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이’를 의미한다. 쉽게 ‘애’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초반에 많이 어색할 것이다. 아마 출간되면 이 부분이 가장 먼저 수정되지 않았까?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 책은 고등학생들의 요트 세일링을 다룬다. 흥미로운 항해는 아니고 조난과 표류 이야기이니 그리 희망찬 얘기는 아니다.


천우와 신조는 이복 남매로, 부유한 부모님과 살지만 집이 망해버리고 가족이 아끼던 요트 ‘천우신조호’마저 압류된다. 천우와 신조는 각각 큰아버지와 이모네로 가게 되는데, 아쉬운 천우는 ‘우리 요트 탈래!’하는 인스타 스토리를 남기며 요트를 정박한 마리나로 향하고, 신조 역시 숨을 쉬기 위해 마리나로 향한다. 천우의 스토리를 본 노아와 장진, 태호와 류가 마리나로 오고, 이들은 압류 딱지를 떼어네고 요트를 타고 항해에 나선다. 장난처럼 시작하여 광안대교를 지나는데, 오래 방치되어 상태가 좋지 않은 요트는 전원이 꺼지며 표류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보트에서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는데, 아이들은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을까?


출판사에서 중요한 스포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기에, 중반 이후의 내용은 자세히 다룰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인물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했다.


천우는 험난한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다. 부모의 재력에 플렉스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십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중요한 순간에 큰 결정을 내리는 아이다. 여섯 아이들에게 천우는 제 이름처럼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지는 못한다. 마지막까지도.


신조는 아버지에게 요트 세일링을 배울 정도로 적극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 이복 오빠인 천우를 잘 따르지만, 그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강하게 주장할 줄도 안다.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아이다. 이 책에서 가장 무겁고 큰 아픔을 지닐 아이이기도 하다.


노아는 천우의 절친으로, 차분하고 냉정한 아이다. 폭주기관차 같은 천우를 진정시키는, 신중하고 사려깊은 아이다. 모범생이지만 주변의 그 기대를 부담스러워한다. 마지막에 모든 짐을 짊어지는 모습은 마음이 아팠다.


장진은 다소 소극적으로 그려지는데, 자신이 필요한 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나설 줄 아는 아이다. 어머니와 누나와 살고 있는 장진의 상황은 작품 내내 의문부호를 갖게 만든다. 


태호는 할머니와 사는 아이다. 부모님은 어릴 적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유기견을 돕고 키울 정도로 심성이 곱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류는 신중하고 차분하지만, 강한 책임감과 의지가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지만, 아빠에게 배운 요트 기술이 표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주인공인 여섯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부산에서 이들을 찾는 친구 고은과 천우, 신조의 부모님, 큰아버지와 이모, 그리고 아이들의 가족들과 태호의 강아지까지, 족히 20~3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색깔이 분명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아이들과 사건을 바라보는 과정이 섬세하다. 여섯 아이들의 실종, 표류는 사회적으로도 큰 사건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사투가 무척 생생하게 그려진다.


여섯 아이들의 표류는, 청소년 시기에 대한 매우 강력한 은유를 담고 있다. 몸은 컸지만 마음은 미숙한 아이들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 앞에 표류하는 듯한 처지를 잘 보여준다. 최고의 요트를 가졌지만, 고장난 (어쩌면 고칠 줄 모르는) 요트에서 어른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천우신조 호를 스쳐간 여러 배(어른)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기에 가볍게 지나친다. 우리가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 표류 뒤에 도착한 곳에서도 아무 도움 없이 아이들이 해결하고 이겨내어야 했는데, 바다와 파도, 자연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었고 희생 없이 손에 쥐는 것도 없었다. 너른 바다는 사고를 일으키며 피를 부르고, 그에 맞서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와 본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인스타 식의 모습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결말은 예상치 못했기에,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랜 여운에 시달릴 것이다.


매번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가 풀어내는 요트 이야기가, 어린 동생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겠지만, 고학년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부산이 배경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부산 사투리를 진하게 사용하기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도 있을 테지만 문어체를 따라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것이다.


2024.07.2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자유로운 글입니다.


#라이프재킷 #이현 #창비 #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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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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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글 / 이계순 역 / 라임)


초반 내용을 이틀 동안 꾸물거리며 읽었는데, 어제는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붙잡고 읽었다. 내용이 궁금해서도 그렇지만, 두 아이가 겪는 일에 깊이 공감하고 가슴 아파서였다.


뉴베리상을 빠짐없이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수상작 중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주로 소개하는 뉴베리상 도서들은 성장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은 학대를 당하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다. 학대로 인해 두 아이가 받은 고통과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을 서서히 극복하며 용기를 내는 과정이 무척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 책의 화자는 ‘델라’인데, 본명은 ‘딜리셔스 네바에 로버츠’다. 가운데 이름인 네바에(Nevaeh)는 거꾸로 하면 ‘천국’이다. 반어법이다. 겨우 초등학생인 델라가 사는 삶은 지옥과 같으니. 이 책은 화자 델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델라의 언니인 ‘수키’가 이 책의 핵심 인물인데, 고등학생인 수키는 과거의 어떤 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생을 돌보는 책임감 강한 아이다. 사실 일찍 어른이 된 안타까운 아이일 뿐이다.


델라와 수키의 엄마는 현재 감옥에 있는데, 심각한 마약 중독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모텔에서 마약을 제조하다 폭발했고, 엄마는 감옥에 갔지만, 남은 두 아이를 엄마와 같이 살던 남자인 ‘클리프턴’ 아저씨가 아버지인 척하고 데려간다. 어느 날 델라는 클리프턴 아저씨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데, 아저씨는 경찰에 잡히고, 이후 위탁 가정에서 지내게 되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이 책의 처음이다.


위탁 가정에 들어간 후 수키는 델라에게 심할 정도로 신경 쓴다. 그것은 델라가 클리프턴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그 장면을 수키가 촬영했으며, 수키의 친구 티나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델라가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을까 봐 극도로 긴장한. 수키는 공부는 이미 포기했고, 모든 삶을 델라를 위해서 살아가는데, 수키가 왜 이렇게 사는지 읽으면서 무척 답답했지만, 수키가 겪은 일이 델라를 통해 드러나면서 독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친다. 수키는 자신이 겪은 일보다, 동생이 겪은 일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수키와 델라는 함께 잠을 자지만, 델라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깬다. 밤새 의자에 앉아 누가 들어올까 싶어 문을 주시하며 새벽까지 있기도 한다. 결국 수키가 자해하는 일이 생기고,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델라가 전학간 학교에서도 문제가 일어난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델라는 입이 거칠어 문제를 일으키고, 친구 네바에와 자신을 괴롭히는 트레버에 대항하다 사고를 친다. 트레버는 여자아이들의 등을 꼬집는데, 이 일은 클리프턴 아저씨의 일과 겹쳐 보이며, 부당한 일에 대항하는 자세를 갖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회복한 수키는 델라에게 큰 약속을 하고, 델라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용기를 내며 이야기가 끝난다.




두 아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 고작 10대 초반이었던 수키가 어린 동생을 위해 참고 버텼던 순간, 언제고 그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던 매일 밤, 모든 고통을 자신이 떠안으며 동생 델라를 보호하려 했던 모습을 다 읽은 뒤에도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수키와 맹랑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델라 외에도, 이 책에는 정말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인물이 많다. 위탁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프랜시스 아줌마, 교장 선생님과 다본테 선생님, 그리고 수키가 일하는 마트의 메이블린 아줌마 같은 선한 인물을 통해, 델라와 수키는 용기를 얻고 성장한다. 특히 수키의 친구 티나는 중요한 인물인데, 솔직하지만 책임감 있고,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티나를 수키는 꺼려하지만, 수키와 델라의 중요한 순간에 든든하게 옆에 있었던 것이 바로 티나다. 물론 티나의 엄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쓰고 나니 평이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생활과 사건, 인물의 이야기가 과거와 겹치고, 델라의 입으로 전해지는 끔찍한 사건을 접하면서 독자는 손수건을 잡을 새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낄 것이다.


어린이 동화를 참 많이 읽지만, 우리나라에는 성적 학대를 다룬 책이 거의 없다. 이 책은 사건이 아니라 이후의 생활과 마음가짐, 변화와 절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대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면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러나 용기를 내고 이겨내는 이유와 과정이 진실되게 나온다. 그 곁에 함께하는 이웃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아울러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듯 느껴지는 성적 폭력을 다루는데, 이 장면은 무척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별거 아닌 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행동들이 있다. 지금도 학교에서 장난처럼 벌어지는 그런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동화책이지만 가볍지 않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과 함께 읽고 나누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며, 부모님과 선생님,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군에게 모두 추천한다.


2024.07.11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파이팅워즈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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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 - 환경에 진심인 제빵사의 도전기
이데 루미 지음, 아키쿠사 아이 그림,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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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이데 루미 / 다봄)

이 책은 일본 히로시마의 빵집 ‘불랑주리 드리앵’은 웅영하는 다무라의 이야기다. 그는 빵집에서 파는 흔한 빵인 단과자빵, 식빵, 바게트를 판매하지 않고, 오직 장작 화덕에서 구운 빵만을 판매한다. 가업을 따르지 않으려던 다무라가, 빵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일구어낸 과정을 담은 책으로,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고, 장인정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생의 행복을 말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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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는 빵집을 하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싶어 하지 않았다. 환경 관련 일을 하려다 먹거리가 가장 큰 환경 문제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빵집에서 일하다가, 쇼트닝을 사용하는 것에 실망하고 산 가이드를 하기도 하고, 몽골에서 지내기도 한다. 그곳에서 지내며 환경과 생명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한 다무라는 일본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천연 효모와 장작 화덕을 이용해 진짜 빵을 만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프랑스 생피에르로 가 한 달 간 지내면서 장작 화덕과 천연 효모를 이용하고, 게다가 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기뻐한다. 다무라는 일본으로 돌아와 ‘불랑주리 리앵‘을 열어 화덕 장작에 빵을 굽는다. 

후미와 결혼한 다무라는, 열심히 일해서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통해 자신들이 빵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프랑스로 가 그들의 방식을 배우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재료와 정성, 옛날 방식을 고집한 결과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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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가 여러 여행을 통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는 게 ‘생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먹고 살아가는데, 다무라는 자신이 만드는 빵도 생명의 바통임을 잊지 않는다. 단 하나의 빵에도 밀과 호밀, 빵을 발효시키는 건포도 발효종의 유산균과 효모균, 그리고 화덕에서 태워지는 나무까지, 모든 것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

결국 우리가 ‘먹는다’는 것은 생명의 바통이 우리 몸 곳곳에 스며드는 것이고, 그 생명이 우리를 지탱하는 일이다. 자연의 생명은 우리의 생명을 키워주는 자양분인 것이다. 그러므로, 먹는 일은 환경을 위한 일이고, 먹을 걸 만드는 과정도 환경과 생명을 위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빵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낭비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또한 장작 화덕을 통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빵을 만들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깊은 맛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빵집 운영을 통해 고객과 제빵사, 농부 모두가 행복해지는 ‘행복의 레시피’를 만들며, 다무라의 노력은 그저 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상생을 추구하는 가치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무라의 빵집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부심을 갖고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식품을 파는 일이 아니라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고, 이러한 노력과 철학은 분명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에 분명하다.

빵집 운영에 관한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환경과 지속 가능한 삶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였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자연과 생명에서 왔으며, 우리도 그 일부임을 자각해야 한다.

환경 보호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2024.07.09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쓴 글입니다.

#빵을버리지않는빵집 #이데루미 #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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