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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워즈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7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7월
평점 :

파이팅 워즈(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글 / 이계순 역 / 라임)
초반 내용을 이틀 동안 꾸물거리며 읽었는데, 어제는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붙잡고 읽었다. 내용이 궁금해서도 그렇지만, 두 아이가 겪는 일에 깊이 공감하고 가슴 아파서였다.
뉴베리상을 빠짐없이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수상작 중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주로 소개하는 뉴베리상 도서들은 성장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은 학대를 당하는 두 자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다. 학대로 인해 두 아이가 받은 고통과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을 서서히 극복하며 용기를 내는 과정이 무척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 책의 화자는 ‘델라’인데, 본명은 ‘딜리셔스 네바에 로버츠’다. 가운데 이름인 네바에(Nevaeh)는 거꾸로 하면 ‘천국’이다. 반어법이다. 겨우 초등학생인 델라가 사는 삶은 지옥과 같으니. 이 책은 화자 델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델라의 언니인 ‘수키’가 이 책의 핵심 인물인데, 고등학생인 수키는 과거의 어떤 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생을 돌보는 책임감 강한 아이다. 사실 일찍 어른이 된 안타까운 아이일 뿐이다.
델라와 수키의 엄마는 현재 감옥에 있는데, 심각한 마약 중독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모텔에서 마약을 제조하다 폭발했고, 엄마는 감옥에 갔지만, 남은 두 아이를 엄마와 같이 살던 남자인 ‘클리프턴’ 아저씨가 아버지인 척하고 데려간다. 어느 날 델라는 클리프턴 아저씨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데, 아저씨는 경찰에 잡히고, 이후 위탁 가정에서 지내게 되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이 책의 처음이다.
위탁 가정에 들어간 후 수키는 델라에게 심할 정도로 신경 쓴다. 그것은 델라가 클리프턴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그 장면을 수키가 촬영했으며, 수키의 친구 티나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델라가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을까 봐 극도로 긴장한. 수키는 공부는 이미 포기했고, 모든 삶을 델라를 위해서 살아가는데, 수키가 왜 이렇게 사는지 읽으면서 무척 답답했지만, 수키가 겪은 일이 델라를 통해 드러나면서 독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친다. 수키는 자신이 겪은 일보다, 동생이 겪은 일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수키와 델라는 함께 잠을 자지만, 델라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깬다. 밤새 의자에 앉아 누가 들어올까 싶어 문을 주시하며 새벽까지 있기도 한다. 결국 수키가 자해하는 일이 생기고,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델라가 전학간 학교에서도 문제가 일어난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델라는 입이 거칠어 문제를 일으키고, 친구 네바에와 자신을 괴롭히는 트레버에 대항하다 사고를 친다. 트레버는 여자아이들의 등을 꼬집는데, 이 일은 클리프턴 아저씨의 일과 겹쳐 보이며, 부당한 일에 대항하는 자세를 갖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회복한 수키는 델라에게 큰 약속을 하고, 델라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용기를 내며 이야기가 끝난다.
두 아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 고작 10대 초반이었던 수키가 어린 동생을 위해 참고 버텼던 순간, 언제고 그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던 매일 밤, 모든 고통을 자신이 떠안으며 동생 델라를 보호하려 했던 모습을 다 읽은 뒤에도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수키와 맹랑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델라 외에도, 이 책에는 정말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인물이 많다. 위탁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프랜시스 아줌마, 교장 선생님과 다본테 선생님, 그리고 수키가 일하는 마트의 메이블린 아줌마 같은 선한 인물을 통해, 델라와 수키는 용기를 얻고 성장한다. 특히 수키의 친구 티나는 중요한 인물인데, 솔직하지만 책임감 있고,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티나를 수키는 꺼려하지만, 수키와 델라의 중요한 순간에 든든하게 옆에 있었던 것이 바로 티나다. 물론 티나의 엄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쓰고 나니 평이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생활과 사건, 인물의 이야기가 과거와 겹치고, 델라의 입으로 전해지는 끔찍한 사건을 접하면서 독자는 손수건을 잡을 새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낄 것이다.
어린이 동화를 참 많이 읽지만, 우리나라에는 성적 학대를 다룬 책이 거의 없다. 이 책은 사건이 아니라 이후의 생활과 마음가짐, 변화와 절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대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면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러나 용기를 내고 이겨내는 이유와 과정이 진실되게 나온다. 그 곁에 함께하는 이웃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또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아울러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듯 느껴지는 성적 폭력을 다루는데, 이 장면은 무척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별거 아닌 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행동들이 있다. 지금도 학교에서 장난처럼 벌어지는 그런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동화책이지만 가볍지 않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과 함께 읽고 나누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적극 추천하며, 부모님과 선생님,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군에게 모두 추천한다.
2024.07.11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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