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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맹순과 오수아 ㅣ 작은책마을 58
은영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평점 :

<하맹순과 오수아>(은영 글 /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두 주인공의 이름을 간판에 내세운 이 책 <하맹순과 오수아>는 지극히 촌스러운 이름과 꽤나 현대적인 이름을 가진 독특한 두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름부터 외모까지 뭐하나 닮은 것이 없는 두 아이는 둘도 없는 단짝인데, 그것으로 모자라 좋아하는 아이도 같다! 바로 같은 반의 강한별. 아이돌처럼 잘생긴데다 차분한 아이라 많은 아이들이 짝사랑한다. 모쏠인 맹순과 수아는 한별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를 따지면서, 자신이 좋아해도 되냐고 물어 본다. 영혼의 단짝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 양보는 없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물러섬이 없고, 그 안에서도 우정을 지키는 두 아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맹순과 수아가 친구가 된 지 3년을 기념하러 사진을 찍으러 갈 때, 수아가 자전거에 부딪쳐 팔을 깁스하는 일이 생긴다. 맹순의 진심어린 걱정에, 수아는 수술할 수도 있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자신이 한별을 좋아해도 되냐고 묻는다. 이상한 전개에 당황한 맹순은 다 죽어가는(?) 친구의 소원을 들어준다. 깁스와 죽음, 그리고 한별이 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상황을 그렇게 이어가는 두 아이의 논리에 큭큭 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얼마 뒤 시소를 타는 맹순과 수아 사이로, 태권도를 가던 은지가 와서는 같은 태권도를 다니는 강한별이 벌레를 무서워하기에, 강한별은 벌레를 잘 잡는 아이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며 알려준다. 때마침 한별이 나타나고 그와 함께 벌도 나타나는데, 맹순은 벌레를 잘 잡는 아이로 보이고 싶어서 벌을 잡다가 코를 쏘인다. 코가 빨갛게 부어가는 상황에서 맹순은 수아에게 자신이 한별을 좋아하겠다고 말한다. 맥락없이 이어지는 상황에 독자가 당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다. 자신의 모든 상황을 한별과 이어가는 아이들이 재미있고, 모쏠에서 탈출하고픈, 아니 진정한 사랑을 이루고픈 아이들의 갈망이 느껴진다. 초등 저학년에게서 말이다.
다음 날, 한별은 맹순에게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떤 모양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맹순은 작전이 성공했음을 직감하고, 한별의 고백을 받기 위해 때마침 오는 생일을 이용해 파티를 열기로 한다. 과연 맹순의 바람은 이뤄질 것인가? 꽤나 재미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에, 결말을 절대 알려줄 순 없을 것 같다. 그 재미는 어린 독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비밀이다.
‘하맹순’이란 촌스런 이름은 약하게 태어난 맹순이 건강하게 오래 살길 바라며, 할머니가 철학관에서 어렵사리 지어온 이름이다. 세련된 이름을 가진 ‘오수아’는 부모님이 떠나서 할머니와만 사는 아이다. 여러모로 대조되는 두 아이가, 영혼의 단짝을 넘어 진실된 친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완전 다르지만, 같은 사람을 좋아할 정도로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단짝, 흥, 칫, 뿡 하면서도 금세 마음을 여는 맹순과 수아를 보면서, 우리네 친구 관계도 돌아보게 만든다. 두 아이가 타는 시소처럼, 사람의 관계도 오르내리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 절묘한 균형이 이뤄지는 바탕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잡히는 균형이다. 친구 은지가 시소 가운데 서서 그 균형을 잡기도, 깨기도 하는 장면은 이 책의 묘미다.
실력있는 작가가 여러 상징과 의미를 담은 장치를 활용해서 간단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두 친구의 우정과 사랑, 그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겠지만, 중, 고학년이라면 두 아이의 관계와 처지, 변화에 주목할 것이다. 어떤 어린이가 읽든, 친구란 친하면서도 견제하고, 싸우다가도 화해하고, 밉다가도 좋으며, 시소처럼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임을 깨닫게 되리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꽤나 무거운 생각도 풀어낼 만한 책이다. 초등 저학년에게 적극 추천한다.
2024. 08. 15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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