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이 뿔났다
지승룡 지음 / 하움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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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문방사우였다고 하지요. 먹, 종이, 붓, 벼루가 있어야만, 선비다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여성에게 꼭 필요한 것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는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작품입니다. <아씨 방 일곱 동무>라는 동화책으로도 각색된 이 작품은,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를 의인화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칠우를 다루는 규중 부인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 우리 가정에서의 칠우, 혹은 팔우는 누구쯤 될까요? 그런 생각을 담아 만든 작품이 바로 <가전제품이 뿔났다>입니다.




아주 깊은 밤,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해서,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에어컨, 스마트폰, 이렇게 일곱 가전제품이 서로의 능력을 자랑합니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랑하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와서는 어차피 전원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하지요. 가전제품들은 자신들을 우습게 봤다고 화를 내지만, 그 때 등장한 또 하나의 제품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면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글과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대화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말하듯 풀어가는 문장이 좋고, 눈에 보이는 듯 현실감 있게 표현한 점도 좋습니다.

“이집 식구들은 매일 나만 바라보고 산다고.”(텔레비전)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냉장고)

“나 없으면 다들 외출도 못 한다고.”(세탁기)

“청소를 깨끗이 해야 건강을 챙기지.”(청소기)

“지금은 정보화 시대야.”(컴퓨터)

“매일 계속된 올여름 열대야를 나 없이 견뎠겠냐고.”(에어컨)

“나 부들고 있는 거 보셨수 못 보셨수?”(휴대폰)


그림도 재미있습니다. 두 팔 벌려 항의하고,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바라보는 가전제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세상은 참 편리해졌습니다. 세탁기 덕분에 주부들에게 가장 고된 일이었던 (이제 먼 옛날 속의 일) 빨래가 대폭 줄었고, 냉장고 덕분에 음식을 저장하고 보관이 용이해졌습니다. 다른 전자제품에 대해서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편리한 만큼 사라져버린 것도 많고, 문제가 많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남은 음식을 이웃과 나누던 아름다운 문화가 사라졌고 빨래터가 사라지면서 이웃과 친해지기 어려워졌습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생겼다고 주부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도 아니지요.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인해 관계는 넓어졌지만 깊이는 얕아졌습니다. 우리와 타인의 관계가 스마트폰의 두께만큼이나 얇아졌습니다. 이런 제품 덕에 지구는 더 온난해졌습니다.


규방에서의 일곱 동무들이 여성들의 좋은 친구였고, 문방사우가 선비들의 벗이었다면, 우리 주변의 가전제품들은 우리에게 벗일까요, 적일까요? 우리 곁의 가전 동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지요.




가전제품들의 쓴소리를 듣기 전에, 우리가 가전제품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그 아래 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번갈아 읽거나, 역할을 맡아 구연해도 재미있겠습니다.


2022.12.14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솔직한 글입니다.)


#가전제품이뿔났다

#지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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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지음,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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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여러 방법으로 다시 읽는다는 것은 작품을 풍부하게 바라보고 깊이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만화책, 드라마와 음악을 접하면,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지면, 우리 독자들은 늘 열광하지요.


이번에 읽은 <까보 까보슈>는 다니엘 페나크의 동명 작품을 그래픽노블로 만든 책입니다. 네 만화책입니다. 원작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두 권을 비교해보고 원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만화책이라고 만만하게 볼 작품이 아닙니다. 만화책에서 ‘만화’에만 방점을 두어선 안 됩니다. ‘책’이란 사실을 놓쳐선 안 됩니다.


주인공 ‘개’는 못생기게 태어나,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에 빠집니다. 겨우 목숨을 건진 개가 도착한 곳은 쓰레기장. 그곳에서 개는 시컴댕이를 만나 생존과 개로서의 삶을 배웁니다. 시컴댕이가 사고로 죽은 후 도시로 들어온 개는 포획되어 유기견 보호 시설에 들어와 ‘사과’를 만납니다.


이 작품 속 주인공 ‘개’는 ’사과‘(개가 소녀를 부르는 이름)와 ‘노루 씨’, ‘후추 여사’와 함께 지냅니다. 바캉스를 떠난 사과의 가족은 사과의 변덕스런 마음에 유기견 센터에서 개를 한 마리 데려오는데 그 개가 바로 ‘개’입니다. 사과가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바캉스를 끝낸 가족은 개를 데리고 도시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개의 삶이 순조로울 리 없습니다. 손바닥만한 아파트에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너무 많고, 산책도 자주 갈 수 없으며, 개가 가진 본능을 억눌러야 합니다. 어느새 개는 가족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갑니다. 개는 자신이 이들을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시컴댕이와 털복숭이, 그리고 하이에누에게 배운대로 ‘사과’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가장 큰 장애물인 ‘노루 씨’와 ‘후추 여사’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개’가 사람을 길들인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인간만 개와 사는 게 아니라 개도 인간과 살아야 하기에 서로 길들여져야 하지만, 인간은 개를 그렇게 대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에게 어린왕자와 여우, 혹은 장미꽃이지만, 인간은 왕자병에 걸린 것처럼 굴 때가 많지요. 이 작품에서 ‘사과’와 ‘후추’, ‘노루’처럼요.


‘개’는 ‘사과’를 길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노루 씨’와 ‘후추 여사’는 ‘개’를 떼어놓으려는 작전에 돌입하고, 그 과정이 꽤나 잔혹합니다. 과연 ‘개’와 ‘사과’는 어떻게 될까요?


개를 대하는 여러 모습이 나옵니다. 겉으로 우락부락해 보이지만, 개에게 정답게 대해주는 좋은 ‘주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정육점 주인.

개를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며,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기차 검표원 ‘멧돼지’ 이들을 통해서 개와 사람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다른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도 인상깊습니다. 고양이들이 나오는데, 고양이들과 협력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이 상상이 아님을 잊지 말라며 고양이 이탈리아가 ‘개’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놀랍습니다!




‘후추 여사’와 ‘노루 씨’는 멍청한 결단을 내립니다. 사고인 척, 실수인 척, ‘사과’의 잘못인 척 ‘개’를 버리는 것이었죠. ‘개’는 사과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런 무책임한 인간을 길들일 수 있을까요? 좀만 참고 읽어보세요. ‘개’와 친구들, 고양이들의 활약을 보면, 음… 인간으로서 좀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에 원작을 읽었기에, <까보 까보슈> 그래픽노블은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책에서의 세밀한 묘사 열 번보다, 그림 하나가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그저 작가의 묘사라고 생각한 것이, 만화에서는 매우 현실감 있게 다가 왔습니다.


게다가 표현은 ‘만화책’이라고 하지만, 그래픽노블의 특성상 글이 매우 많고 설명에 자세해서,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읽기가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세부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에, 읽는 책이며 보는 책이고, 나누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한 장면을 30초 정도 바라보면서 읽을 때, 원작에서 느껴지는 의미와 인물의 감정, 상황을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권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만화책’ 읽듯이 읽히지 않고, 중요한 몇 장면에 대해서는 그림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까보 까보슈> 원작을 함께 읽길 권합니다. ‘다니엘 페나크’의 말과 표현으로, ‘개’의 내면을 깊이 알 수 있을 것이고, 주변 상황과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초등 전체 연령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다섯 번씩 읽도록 추천합니다.


2022.12.11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귀중한 도서로, 솔직한 감동으로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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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ㅋㄹ - 2022 중소출판사 콘텐츠창작 지원사업 선정도서
오하루 지음 / 선스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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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ㅋㄹ

(오하루 / 선스토리)


아프다.

이 책은 송곳처럼 날카롭다.

읽는 내내, 온몸이 저릿하다.

작가가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불시에 살을 파고든다.


죽고 싶은 아이들의 사연에 가슴이 아프고

살리려는 자의 사연에 마음이 쓰리다.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떠나보낸 사람이 어루만져 준다.



——————


K가 만든 자살클럽에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낸다.

K에게 도움받기 위해선, 죽고 싶은 사람은 자기 사연을 잘 적어야 한다. 

자신이 죽고 싶은 이유를 조목조목 쓰며 자신을 돌아본다.


하지만 K가 만든ㅈㅅㅋㄹ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으니…


평소처럼 내용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고 싶지만, 그 어떤 걸 말해도 중요한 스포가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


죽고 싶은 자들과 죽음을 말리고 싶은 자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이 있다. 그 사연 하나하나가 장편소설감이다. 사는 게 지옥같은 사람들은 죽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선택하는 죽음은 더 충격적이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K, 소유, 경식, 그리고 김 경감, 패딩과 불쉿, 희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자살클럽의 운영진이 되어 동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삶의 진실을 깨달으며 마음을 돌린다.

누구나 날 사랑할 수는 없지만, 날 사랑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며,

사랑은 녹음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 그 근거가 긍정적일 필요는 없으며,

지금 여기에 지옥만 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 하더라도 지옥의 끝과 천국의 시작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 읽고 나자, 표지에서 두 손을 잡은 소녀와 소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지금 여기가, 무채색의 건물을 딛고 사는 무감각한 현실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올려다 보면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과 구름을 마주한다.

떠나려는 자와 두 손 맞잡고, 다시 살 만한 세상으로 돌려놓는 일.

곁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



——————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을 만큼 가독성이 높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많이 오글거리고, 오글거림보다 많은 울림을 준다.

그 울림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 생각한다.


청소년 활동가로 살면서 몇몇 아이를 떠나보내고 또 살아주어 고마운 아이들을 만난 작가의 생각과 경험이 녹아든 작품을 읽으며, 지금 여기를 천국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산 자 모두에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추운 겨울 밤, 따스한 이야기 한 컵을 마시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야 함을 인정하며,

살게 해야 함을 다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다.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며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길 바란다.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지만,

또 말하는 사랑만큼 확실한 것도 없으니까.


2022.12.09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깊이 감동받으며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ㅈㅅㅋㄹ

#자살클럽

#오하루

#선스토리

#소설추천

#청소년문학

#성장소설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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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거래하실래요? 달마중 25
이수용 지음, 차상미 그림 / 별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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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거래하실래요?>

(이수용 창작동화 / 차상미 그림)


며칠 전 주문한 중고도서가 도착한다고 해서, 반갑게 문을 열었더니, 이 책이 도착해 있었다.


표지 그림을 보고 반가웠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그림이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동화책 좀 읽어본 어른이라면 알 것이다. 아이들 책에서 삽화는 내용 이해를 돕는 가장 좋은 선생님임을. 이 책을 그린이가 ‘차상미’ 선생인데, 표지를 보자마자 ‘아, 이 그림!’하며 외쳤다. 그리이를 먼저 발견하고 말하는 것에, 작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건 어른이건 표지를 먼저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가웠다. (차상미 선생의 삽화가 든 다른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데 내용을 읽기 시작하고 나선 오히려 화가에게 미안했다. 지금 그림을 신경 쓸 일이 아닌 것이다. 책날개를 열자 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은 책이 올해 몇 권이었던가? 이 책이 그랬다. 읽을 책이 산더미고 평가해야 할 책이 산맥을 이루며, 검사해야 할 글쓰기가 수십 편인데, 이 책을 붙잡고 키득대며 읽었다.


이 책은 현도의 중고거래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하는 ‘당근마켓’ 같은 ‘동네마켓’을 이용하는 이야기다.




현도는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축구화인 ‘번개슈즈’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할인해도 비싼 이 운동화를 가질 수 없을까? 친구 주원은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며, 빨간 클립 하나를 교환하여 이층집을 얻게 된 남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현도는 실천력이 강한 아이. 바로 중고거래를 시작한다.


현도는 아이답게 곧바로 작전에 돌입한다. 현도는 달리기 훈련 끝에 대회 1등을 하여 받은 하늘색 수첩을 올린다. 의미있는 이 물건과 가치있는 다른 물건을 교환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과연 현도는 원하던 ‘번개슈즈’까지 교환할 수 있을까?




현도는 중고거래를 하면서, 자기 물건을 더 가치 있는 물건으로 바꾸기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 그 ‘가치 있는’ 물건이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물건임을 깨닫는다. 보는 사람에겐 쓸모없는 쓰레기라도, 누군가에겐 자신의 삶이 담긴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널브려뜨려 놓은 우리의 보물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고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현도는 중고거래를 통해서 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다가 고가의 물건까지 교환하기로 한다. 그 가격은 번개슈즈를 살 정도의 돈!!!

하지만 현도가 건네야 할 그 물건은 누군가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물건이었기에, 현도는 갈등한다.

가치와 의미를 지닌 물건인가, 내가 갖고 싶은 번개 슈즈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인 현도.


마지막에 현도는 자신이 쓰는 물건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안다.

내가 가진 물건은 곧 누군가에게서 그 쓸모를 증명하게 될 것이고,

자신이 잠시 임시보호 중임을 깨닫는다.




새것만 좋아하는 아이들과

신제품을 선호하는 어른들

언박싱 영상이 유행하는 세상에서


낡았지만 여전히 유용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의미 있으며

아직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중고를 생각해 본다.


자원의 순환이나 환경에 관한 심오한 생각 말고라도

낡고 초라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여전히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길

현도의 중고 거래를 통해서 배운다.


가치 있는 건 의미 있고,

의미 있는 건 또 가치 있는 일이다.



—————

이 책은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한다. 긴 글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중학년 아이들도 읽을 만하다. 더 어린 친구들도, 부모님이 함께 읽어주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예시를 들면서 읽으면 재미있겠다.

새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중고의 매력을 알고, 환경을 생각하는 고운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2022.12.07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저랑거래하실래요

#이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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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동화

#동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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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얼굴 - 이 사건은 어린이 프로파일러가 맡겠습니다
김다노 지음, 최민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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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얼굴> (김다노 / 위즈덤하우스)


얼마 전 읽은 김다노 작가의  <마음대로 학교>에 푹 빠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몇 가지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아이들도 참 재미있어 하는데, 작가의 이전 책을 도서관에서 구하느라 힘들었다.

이번에 나온 <13의 얼굴>을 함께 읽자고 하기에, 이 책은 얼른 구매해서 읽었다.


작품에 관한 설명을 익히 들은 터라, 큰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고, 다루는 사건 역시 대상이 크게 달라졌을 거라, 대상학년이 올랐다 생각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이미 읽은 친구들의 독서력 정도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 ‘나하나’라는 독특한 인물이, 또한 독특한 친구들 이서준과 송바키타(이름이다!)와 함께,

또한 독특한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물론 표지에 있는 것처럼, ‘어린이 프로파일러가 맡겠다’고 선언할 만큼의 사건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렇게 말해야만 어울릴 사건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누군가가 야구방망이로 망가뜨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하나는 그 사건을 목격하고, 13이라 적힌 롱패딩을 입은 사람을 본다.

하나는 무생물을 대상으로 한 사건은 결국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떡밥에 따라

독자가 생각하듯 작품 또한 그렇게 흘러간다.


작품이 재미있고 술술 잘 읽히며, 독서력이 좀 부족한 아이들도 잘 따라갈 정도의 쉬운 문장이 좋다.

다소 끔찍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작가가 그 점에 유의해서 묘사에 신경 쓴 듯했다.

오히려 그 점이 아이들의 공포스런 상상을 자극할 수 있기에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하나와 함께 등장하는 서준과 바키타, 카페 사장님과 조카 등 개성있는 이웃들이 이야기를 꽉 채우면서 분석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몇 가지 독특한 요소도 있다. 작가의 이전 작품 한두 권만 읽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13의 얼굴>을 읽으며 확실해졌다.

김다노 작가는 이음말을 아껴 쓴다. 반드시 써야 하는 역접접속사 외에는 그저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하는 문장이다. 딱딱 끊어지지만, 각 문장이 개성있게 다가오는 점이 좋고, 현실감, 생동감이 느껴진다.


또한 이 책에는 범인에 대해서 나오지 않는다. 추상적인 설명만 있을 뿐, 범인은 책 속 인물들만 만나고 독자는 알 수 없다. 그저 ‘아저씨’라는 말로만 나온다.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느껴지지만, ‘아저씨’조차 빼버렸을면 어땠을까 싶다.


다소 위험스런 부분도 있다. 책에서 읽은 것은 ‘해도 되는 일’이라 생각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앤드루 클레먼츠의 <말 안 하기 게임>과 <프린들 주세요>를 읽은 아이들이 한동안 말을 안 하거나 엉뚱한 단어로 말하듯이,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걸 써먹어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실수하고 오해하고 성장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하나와 친구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에 오해하지 않도록, 부모님과 선생님이 함께 읽고 짧게라도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꼼꼼히 설명하고 있지만, 애들은 원래 작가의 말은 읽지도 않고, 아이들에겐 그 부분이 투명하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혼자선 작고 약하지만, 함께 연대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연대와 공감이 가진 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도 느끼겠지만, 앞으로 나타날 나한나 세계관의 장대한 첫 발자국이 될 것 같다. 책에서 살짝 나온 설계사G에 대한 떡밥과 부모님의 사건이, 다음 이야기에서 반드시 드러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잘못과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만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에 숨은 진실이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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