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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얼굴 - 이 사건은 어린이 프로파일러가 맡겠습니다
김다노 지음, 최민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13의 얼굴> (김다노 / 위즈덤하우스)
얼마 전 읽은 김다노 작가의 <마음대로 학교>에 푹 빠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몇 가지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아이들도 참 재미있어 하는데, 작가의 이전 책을 도서관에서 구하느라 힘들었다.
이번에 나온 <13의 얼굴>을 함께 읽자고 하기에, 이 책은 얼른 구매해서 읽었다.
작품에 관한 설명을 익히 들은 터라, 큰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고, 다루는 사건 역시 대상이 크게 달라졌을 거라, 대상학년이 올랐다 생각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이미 읽은 친구들의 독서력 정도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 ‘나하나’라는 독특한 인물이, 또한 독특한 친구들 이서준과 송바키타(이름이다!)와 함께,
또한 독특한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물론 표지에 있는 것처럼, ‘어린이 프로파일러가 맡겠다’고 선언할 만큼의 사건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렇게 말해야만 어울릴 사건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누군가가 야구방망이로 망가뜨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하나는 그 사건을 목격하고, 13이라 적힌 롱패딩을 입은 사람을 본다.
하나는 무생물을 대상으로 한 사건은 결국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떡밥에 따라
독자가 생각하듯 작품 또한 그렇게 흘러간다.
작품이 재미있고 술술 잘 읽히며, 독서력이 좀 부족한 아이들도 잘 따라갈 정도의 쉬운 문장이 좋다.
다소 끔찍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작가가 그 점에 유의해서 묘사에 신경 쓴 듯했다.
오히려 그 점이 아이들의 공포스런 상상을 자극할 수 있기에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하나와 함께 등장하는 서준과 바키타, 카페 사장님과 조카 등 개성있는 이웃들이 이야기를 꽉 채우면서 분석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몇 가지 독특한 요소도 있다. 작가의 이전 작품 한두 권만 읽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13의 얼굴>을 읽으며 확실해졌다.
김다노 작가는 이음말을 아껴 쓴다. 반드시 써야 하는 역접접속사 외에는 그저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하는 문장이다. 딱딱 끊어지지만, 각 문장이 개성있게 다가오는 점이 좋고, 현실감, 생동감이 느껴진다.
또한 이 책에는 범인에 대해서 나오지 않는다. 추상적인 설명만 있을 뿐, 범인은 책 속 인물들만 만나고 독자는 알 수 없다. 그저 ‘아저씨’라는 말로만 나온다.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느껴지지만, ‘아저씨’조차 빼버렸을면 어땠을까 싶다.
다소 위험스런 부분도 있다. 책에서 읽은 것은 ‘해도 되는 일’이라 생각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앤드루 클레먼츠의 <말 안 하기 게임>과 <프린들 주세요>를 읽은 아이들이 한동안 말을 안 하거나 엉뚱한 단어로 말하듯이,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걸 써먹어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실수하고 오해하고 성장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하나와 친구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에 오해하지 않도록, 부모님과 선생님이 함께 읽고 짧게라도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꼼꼼히 설명하고 있지만, 애들은 원래 작가의 말은 읽지도 않고, 아이들에겐 그 부분이 투명하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혼자선 작고 약하지만, 함께 연대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연대와 공감이 가진 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도 느끼겠지만, 앞으로 나타날 나한나 세계관의 장대한 첫 발자국이 될 것 같다. 책에서 살짝 나온 설계사G에 대한 떡밥과 부모님의 사건이, 다음 이야기에서 반드시 드러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잘못과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만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에 숨은 진실이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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