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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거래하실래요? ㅣ 달마중 25
이수용 지음, 차상미 그림 / 별숲 / 2022년 11월
평점 :
<저랑 거래하실래요?>
(이수용 창작동화 / 차상미 그림)
며칠 전 주문한 중고도서가 도착한다고 해서, 반갑게 문을 열었더니, 이 책이 도착해 있었다.
표지 그림을 보고 반가웠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그림이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동화책 좀 읽어본 어른이라면 알 것이다. 아이들 책에서 삽화는 내용 이해를 돕는 가장 좋은 선생님임을. 이 책을 그린이가 ‘차상미’ 선생인데, 표지를 보자마자 ‘아, 이 그림!’하며 외쳤다. 그리이를 먼저 발견하고 말하는 것에, 작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건 어른이건 표지를 먼저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가웠다. (차상미 선생의 삽화가 든 다른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데 내용을 읽기 시작하고 나선 오히려 화가에게 미안했다. 지금 그림을 신경 쓸 일이 아닌 것이다. 책날개를 열자 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은 책이 올해 몇 권이었던가? 이 책이 그랬다. 읽을 책이 산더미고 평가해야 할 책이 산맥을 이루며, 검사해야 할 글쓰기가 수십 편인데, 이 책을 붙잡고 키득대며 읽었다.
이 책은 현도의 중고거래 이야기다. 우리가 익히 하는 ‘당근마켓’ 같은 ‘동네마켓’을 이용하는 이야기다.

현도는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축구화인 ‘번개슈즈’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할인해도 비싼 이 운동화를 가질 수 없을까? 친구 주원은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며, 빨간 클립 하나를 교환하여 이층집을 얻게 된 남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현도는 실천력이 강한 아이. 바로 중고거래를 시작한다.
현도는 아이답게 곧바로 작전에 돌입한다. 현도는 달리기 훈련 끝에 대회 1등을 하여 받은 하늘색 수첩을 올린다. 의미있는 이 물건과 가치있는 다른 물건을 교환해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과연 현도는 원하던 ‘번개슈즈’까지 교환할 수 있을까?

현도는 중고거래를 하면서, 자기 물건을 더 가치 있는 물건으로 바꾸기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 그 ‘가치 있는’ 물건이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물건임을 깨닫는다. 보는 사람에겐 쓸모없는 쓰레기라도, 누군가에겐 자신의 삶이 담긴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널브려뜨려 놓은 우리의 보물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고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현도는 중고거래를 통해서 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다가 고가의 물건까지 교환하기로 한다. 그 가격은 번개슈즈를 살 정도의 돈!!!
하지만 현도가 건네야 할 그 물건은 누군가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물건이었기에, 현도는 갈등한다.
가치와 의미를 지닌 물건인가, 내가 갖고 싶은 번개 슈즈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인 현도.
마지막에 현도는 자신이 쓰는 물건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안다.
내가 가진 물건은 곧 누군가에게서 그 쓸모를 증명하게 될 것이고,
자신이 잠시 임시보호 중임을 깨닫는다.

새것만 좋아하는 아이들과
신제품을 선호하는 어른들
언박싱 영상이 유행하는 세상에서
낡았지만 여전히 유용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의미 있으며
아직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중고를 생각해 본다.
자원의 순환이나 환경에 관한 심오한 생각 말고라도
낡고 초라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여전히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되길
현도의 중고 거래를 통해서 배운다.
가치 있는 건 의미 있고,
의미 있는 건 또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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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한다. 긴 글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중학년 아이들도 읽을 만하다. 더 어린 친구들도, 부모님이 함께 읽어주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예시를 들면서 읽으면 재미있겠다.
새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중고의 매력을 알고, 환경을 생각하는 고운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2022.12.07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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