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지음,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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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여러 방법으로 다시 읽는다는 것은 작품을 풍부하게 바라보고 깊이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만화책, 드라마와 음악을 접하면,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지면, 우리 독자들은 늘 열광하지요.


이번에 읽은 <까보 까보슈>는 다니엘 페나크의 동명 작품을 그래픽노블로 만든 책입니다. 네 만화책입니다. 원작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두 권을 비교해보고 원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만화책이라고 만만하게 볼 작품이 아닙니다. 만화책에서 ‘만화’에만 방점을 두어선 안 됩니다. ‘책’이란 사실을 놓쳐선 안 됩니다.


주인공 ‘개’는 못생기게 태어나,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에 빠집니다. 겨우 목숨을 건진 개가 도착한 곳은 쓰레기장. 그곳에서 개는 시컴댕이를 만나 생존과 개로서의 삶을 배웁니다. 시컴댕이가 사고로 죽은 후 도시로 들어온 개는 포획되어 유기견 보호 시설에 들어와 ‘사과’를 만납니다.


이 작품 속 주인공 ‘개’는 ’사과‘(개가 소녀를 부르는 이름)와 ‘노루 씨’, ‘후추 여사’와 함께 지냅니다. 바캉스를 떠난 사과의 가족은 사과의 변덕스런 마음에 유기견 센터에서 개를 한 마리 데려오는데 그 개가 바로 ‘개’입니다. 사과가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바캉스를 끝낸 가족은 개를 데리고 도시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개의 삶이 순조로울 리 없습니다. 손바닥만한 아파트에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너무 많고, 산책도 자주 갈 수 없으며, 개가 가진 본능을 억눌러야 합니다. 어느새 개는 가족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갑니다. 개는 자신이 이들을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시컴댕이와 털복숭이, 그리고 하이에누에게 배운대로 ‘사과’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가장 큰 장애물인 ‘노루 씨’와 ‘후추 여사’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개’가 사람을 길들인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인간만 개와 사는 게 아니라 개도 인간과 살아야 하기에 서로 길들여져야 하지만, 인간은 개를 그렇게 대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에게 어린왕자와 여우, 혹은 장미꽃이지만, 인간은 왕자병에 걸린 것처럼 굴 때가 많지요. 이 작품에서 ‘사과’와 ‘후추’, ‘노루’처럼요.


‘개’는 ‘사과’를 길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노루 씨’와 ‘후추 여사’는 ‘개’를 떼어놓으려는 작전에 돌입하고, 그 과정이 꽤나 잔혹합니다. 과연 ‘개’와 ‘사과’는 어떻게 될까요?


개를 대하는 여러 모습이 나옵니다. 겉으로 우락부락해 보이지만, 개에게 정답게 대해주는 좋은 ‘주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정육점 주인.

개를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며,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기차 검표원 ‘멧돼지’ 이들을 통해서 개와 사람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다른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도 인상깊습니다. 고양이들이 나오는데, 고양이들과 협력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이 상상이 아님을 잊지 말라며 고양이 이탈리아가 ‘개’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놀랍습니다!




‘후추 여사’와 ‘노루 씨’는 멍청한 결단을 내립니다. 사고인 척, 실수인 척, ‘사과’의 잘못인 척 ‘개’를 버리는 것이었죠. ‘개’는 사과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런 무책임한 인간을 길들일 수 있을까요? 좀만 참고 읽어보세요. ‘개’와 친구들, 고양이들의 활약을 보면, 음… 인간으로서 좀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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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원작을 읽었기에, <까보 까보슈> 그래픽노블은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책에서의 세밀한 묘사 열 번보다, 그림 하나가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그저 작가의 묘사라고 생각한 것이, 만화에서는 매우 현실감 있게 다가 왔습니다.


게다가 표현은 ‘만화책’이라고 하지만, 그래픽노블의 특성상 글이 매우 많고 설명에 자세해서,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읽기가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세부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에, 읽는 책이며 보는 책이고, 나누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한 장면을 30초 정도 바라보면서 읽을 때, 원작에서 느껴지는 의미와 인물의 감정, 상황을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권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만화책’ 읽듯이 읽히지 않고, 중요한 몇 장면에 대해서는 그림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까보 까보슈> 원작을 함께 읽길 권합니다. ‘다니엘 페나크’의 말과 표현으로, ‘개’의 내면을 깊이 알 수 있을 것이고, 주변 상황과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초등 전체 연령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다섯 번씩 읽도록 추천합니다.


2022.12.11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귀중한 도서로, 솔직한 감동으로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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