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퓨처클래식 4
세라 워터스 지음, 김지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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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의 장편소설 ‘게스트’를 읽었다.

얼마 전에 영화 ‘아가씨’를 보고 영화의 원작 ‘핑거 스미스’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세라 워터스의 신작이 나오게 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프랜시스의 집에 바버씨 부부가

세입자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핑거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 또한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의 띠지에 매혹적 미스터리라고 적혀 있어서 미스터리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미스터리의 분위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미스터리보다는 치정극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랜시스가 릴리안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분량을 가지고 있고, 또 소설의 시점이 프랜시스의 입장에서 진행되다 보니까

프랜시스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핑거 스미스’를 읽지 않고 영화 ‘아가씨’만 본 입장에서

‘핑거 스미스’에 그런 장면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 ‘게스트’에는 영화 ‘아가씨’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

골무가 나오는 장면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프랜시스의 눈으로 소설은 전개되지만 사실 프랜시스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녀는 무척이나 충동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이기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의 원인의 제공자는 프랜시스였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배경을 전쟁이 끝난 후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전쟁이라는 끔찍하고도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할 일을 겪고,

그 일이 다 끝난 다음에 사람들은 전쟁의 후유증을 앓는 동시에

모든 것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동시에 공허함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한 시점에서 프랜시스와 릴리안도 뭔가 흥미로운 일이 필요하던 찰나에 서로에게 끌리고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일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핑거 스미스’도 궁금해지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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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기회 - 이명랑 단편집 반올림 36
이명랑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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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랑 작가의 단편집 ‘단 한 번의 기회’를 읽었다.

청소년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는데 사실 이 소설을 읽고 너무 놀랐다.

이렇게 어두운 청소년 소설은 처음 읽었기 때문이었다.

 

 총 6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쟁 사회에서의 불안, 학교폭력의 불안, 재난에서의 불안을 소재로 삼았다.

가장 인상적이면서 가슴 아팠던 것은 표제작인 [단 한 번의 기회]였다.

죽도록 경쟁하여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에 따라 부모가 결정된다는 사실은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몇 십 년째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 또한 두 편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예전에 열풍이 불었던 노스페이스 패딩이 생각나는 [너의 B],

치밀하고 동시에 파괴적인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다룬 [전설]까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닌지 오래 되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학교폭력의 생생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이제 막 내 옆으로 온 아이에게]는 세월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 또한 그 배에 있었다면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에 순응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이 아팠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원래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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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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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스완슨의 장편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었다.

소설은 크게 세 명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부인이 바람을 피고 있음을 알고 절망에 빠진 테드,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릴리,

테드의 부인 미란다 세 사람의 시점이다.

이러한 구성은 크게 신선할 것은 없었지만 릴리와 미란다의 캐릭터는 꽤 흥미로웠다.

특히 릴리는 소시오패스라고 느껴질 정도로 냉철하고 빈틈없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소설에서 악역을 맡고 있지 않는 다는 점이 놀라웠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의 악역은 테드를 놔두고 바람을 핀 미란다라고 할 수 있다.

 

 미란다도 보통의 인물로는 묘사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람을 피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전혀 티가 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사실 두 명 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긴 했지만 흥미로운 인물이긴 했다.

 

 나중에 이루어지는 이 두 명의 대결이 볼만한데,

결코 착하다고 할 수 없으며 매우 주체적인 두 여성의 대결은

그동안 보아왔던 소설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설정이었다.

특히 후반부에 한 치의 앞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전개는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읽은 소설들 중에서 전개는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이를 끝맺음하는 방식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았던 소설들이 많았는데

이 소설은 오랜만에 결말까지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피터 스완슨 작가를 주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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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바다
김재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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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재희 작가의 장편소설 ‘봄날의 바다’를 읽었다. 최근 들어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해무도’ 등 한국 장르소설을 자주 접했는데  이 작품 또한 만족스러웠다.

소설의 줄거리는 10년 전 살인의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있다가 자살한 준수의 누나 희영이

어머니의 유언으로 준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만약 자신의 가족 구성원이 끔찍한 범죄의 범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손예진과 김갑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공범’에서도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만 이 소설에서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준수를 살인자로 대했다는 것이 다르다.

자신의 얼굴이 나온 가족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때

전화를 해서 사진을 내려달라고 묵묵하게 부탁하는

희영의 모습이 정말 안타깝고 이런 것이 정말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사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준수의 누명을 벗기고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희영의 모습에서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여러 진실들이 밝혀지고

결국 모든 것이 드러날 때는 조금 안타까웠다.

왜 그런 결말을 택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작가의 집필 의도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범죄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최근 읽은 한국 소설 중 가장 현실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씁쓸한 마음도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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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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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은 작가의 장편소설 ‘해무도’를 읽었다.

정말 간만에 섬뜩한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의 줄거리는 외딴 섬 마을에서 20년 전과 동일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주인공 치수가 범인을 추리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호러소설 작가 미쓰다 신조가 떠올랐다.

두 작가가 서로 공통점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환각이든 사실이든 귀신이 등장하는 점,

민속 문화를 주요 소재로 삼은 점, 모든 사건이 나중에는

논리적으로 설명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

 

 가장 큰 공통점으로는 두 작가의 소설이 모두 무섭다는 것이다.

밤에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백발 노모의 귀신이 나오는 장면은 정말 무서웠다.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라 글로 이런 무서움을 주는 것은 분명 대단한 능력이다.

사실 소설에서 나오는 전설이나 살인 사건들은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장면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참으로 섬뜩하게 느껴졌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탐정 역할을 맡은 치수는 후반부로 갈수록

탐정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동안 모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그가 논리적 추리를 펼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무서운 소설이 외국 작가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특히 젊은 작가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며,

첫 작품이라고 하는 ‘무녀도’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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