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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평점 :
도나 타트의 장편 소설 '황금방울새'를 읽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길었던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독특하게도
완독률 98.5%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다.
엄마와 같이 미술관에 갔다가 끔찍한 폭발 사고로 인해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되어버린 시오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미술관에서 쓰러져 있을 때 우연히 같이 있게 된 노인은
그에게 반지를 주고 그림 황금방울새를 가져가라고 한다.
거의 모든 것을 잃었던 시오는
그래서 더 그림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순간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작가는 시오의 태도를 오히려 담담하게 설정함으로써 더 슬프게
만들었다.
시오는 놀랍게도 거의 울지 않으며 내면에 있는 슬픔을 분출하지
않았다.
그런 장면에서 시오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며 상처받았는지 드러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앤디의 집, 아빠의 집, 호비의 집은 너무도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환경에 따라 시오의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리스와의 만남과 그와 함께 지낸 시간들은 정말
강렬했다.
보리스도 온전한 가정에서 산다고 할 수 없는 아이였기에
그 둘에게는 무언가 결핍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채울 수 없는 구멍을 어떻게든 메꿔보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약을 하게 된
것이다.
바버 부인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인물인 호비는 '앵무새 죽이기'에 나온 애티커스가
생각났다.
시오의 비극적인 삶과 더불어 소설에서는 사라진 그림과
이를 뒤쫓는 사람들이 나와서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사실 보리스는 시오 옆에 있기에는 너무 위태로운 아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결국 결말을 읽고 나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앵무새 죽이기'에 이은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사실 2014년에 퓰리처 상을 받고 수많은 극찬을 받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읽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삶이 뿌리째 흔들려버린 한 소년이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가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에는 이겨낼 수 있다는 바람이 조금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