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아파트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엘렌 그레미용의 '비밀 아파트'를 읽었다.

책의 줄거리는 아파트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아내와

범인으로 의심받는 비토리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배경은 1987년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더러운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러운 전쟁'이란 1976년에서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에서 군사정권이

국가에 의한 테러, 조직적인 고문, 강제 실종, 정보 조작을 자행한 시기를 일컫는다.

최소 9000명에서 최대 3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실종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서 부끄러웠다.

 

 비토리오의 직업은 정신과 의사로 그에게는 여러 환자들이 있다.

그 중 에바 마리아는 비토리오가 살인자일리 없다고 생각하고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애쓴다.

비토리오는 병원에서 상담을 할 때에 환자에게는 비밀로 하고 상담 내용을 녹취해 두었다.

그것을 에바 마리아가 필사해서 비토리오에게 보여주는데,

이 녹취 내용이 하나같이 흥미로워서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충격적인 알리시아와의 면담 내용부터 에바 마리아를 혼란과 분노에 빠뜨린 펠리페와의 면담,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미겔과의 면담까지.

매 녹취 기록이 나올 때마다 비토리오와 에바 마리아는

범인이 누구일지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러나 사실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이고 많고 많은 수수께끼를

친절하게 풀어줄 생각은 없어보인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궁금증을 풀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약간 실망을 하던 중에 문득 작가가

왜 이런 방식의 끝맺음을 원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는 책에서 많이 언급되어 온

'더러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끔찍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모두들 정상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저마다 각자의 진실을 가지게 되고,

어느게 정말로 진실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는 사건의 진실보다는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끔찍한 사건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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