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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ㅣ 사계절 1318 문고 96
정은숙 지음 / 사계절 / 2014년 11월
평점 :
정은숙 작가의 장편소설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을 읽었다.
책의 줄거리는 기림중학교 동아리‘정글북에서 화재 사건이 벌어져
동아리의 멤버 경하가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지 3년 후 죽은 경하로부터 편지가 오면서 일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사건의 관계자들에게 편지가 와서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모이게 하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로서는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소설이며, 등장인물들은 중학생에다가 배경도 학교라고 한다면
흔치 않은 소설이 되어버린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흔한 설정을 가지고 와서 범상치 않은 청소년 소설을 만들어냈다.
중학생을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가 오는 시기라고 하듯이 중학생 때에는 누구나 방황을 한다.
그것이 눈에 띄는 행동의 변화라든지,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마음속의 방황이든지. 그
런 중학생들의 미묘한 심리상태와 친구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작가는 아주 잘 풀어내고 있다.
남들한테는 별 거 아닌 일로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큰 상처인,
그런 일들을 겪으며 정글북 아이들 사이에는 점점 균열이 생겨 나간다.
결국 그 미묘한 갈등은 책에서도 나온 나라를 멸망시킬 정도의 위력만큼,
정글북 동아리를 뒤흔든 화재 사건, 거기다 세상을 떠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인
중학생 경하의 목숨을 가져가 버린다.
이 소설은 정글북 동아리였던 아이들의 시점이 번갈아 나온다.
모두가 형사의 취조를 받고,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데,
사실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기 전까지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을 들어보면
결정적인 잘못을 한 사람은 없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결국 그 미묘한 갈등이 비극을 불러일으키고 만 것이다.
그래도 청소년 소설인만큼 작가는 긍정적인 시선을 열어놓은 채로 소설을 마무리한다.
아이들이 그 끔찍한 사건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뒷이야기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