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음성

시 읽어주는 예수
고진하 지음 / 비채 / 2015년 2월

 고진하 작가의 '시 읽어주는 예수'를 읽었다. 시인 고진하는 감리교신학대학을 나와서 시인과 목자, 두 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성당에 나가서 미사를 드리며 성당 단체 활동도 하고 있다.

기독교와 천주교는 사실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그 차이로 인해 책을 읽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몇 쪽을 채 읽지 않아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 책은 그냥 시인이 쓴 책이었던 것이다.

 시인은 제도화되고 교리화되는 종교를 비판하고 있다. 경직된 종교의 토양에 새 생명이 꽃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시에서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찾고 있다. 우리 나라의 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시를 가져와

그 속에 있는 하느님의 음성과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이렇게 많은 시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은 적이 얼마만인지..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 수능 공부를 하면서

여러 시 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공부한 윤동주나 김지하의 시는 이 책에도 나와 있어서 반가웠다..!)

그 때도 나는 시가 참 좋았다. 언어를 좋아했고, 특히 시가 좋았다.

한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문장과 단어들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즐거웠다.

이번에 '시를 읽어주는 예수'에서 시를 읽을 때에는 그렇게 하나 하나 어떤 의미일까 분석하면서 읽지는 않았지만

시가 나오기 전에 제목을 천천히 읽으면서 어떤 내용일지 생각해보고, 다음 장을 넘겨서 시를 읽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옆에 쓰여있는 시인의 생각, 고진하 시인이 이 시와 곁들여 알려주고 싶은 다른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많은 시들 중에서는 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보이는 시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들도 있다.

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아보이는 시들 속에서 고진하 시인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은 큰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도 나와 있는 박성룡 시인의 <쉼표를 찍으며>,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바쁜 삶에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