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보다는 소동극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 금지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2월

박하익 작가의 소설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를 읽었다.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선암여고의 탐정단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목차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는데, 제목은 선암여자고등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제1교시 추리 논술 영역으로 되어 있으며

문제 1, 문제 2, 문제 3으로 이루어져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각 문제는 사실 하나의 사건을 가리키고 있어 사실상 장편소설보다는 연작소설에 가까울 것 같다.

첫 번째 사건은 선암학사의 여학생 귀신으로 귀신과 인기를 얻고 싶어하는 하재의 내용이 적절히 섞여있다.

세 사건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편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원위크걸즈가 된 탐정단이 걸그룹 슈가걸즈의 래인이 협박받는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

세 번째 사건은 1년 전 실종된 보규의 행방을 찾는 내용이다. 

 세 사건의 중요한 소재가 각각 영적 능력, 걸그룹, 온라인 게임이 되는 것으로 보아 십대들이 좋아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십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 읽는 데 약간의 부담감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좋고 추리력이 있는 설정보다는

현실적인 우리나라의 여고생들을 불러와서 개성 있는 인물들을 만들어놓고 한 편의 소동극처럼 사건이 전개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대장을 맡고 있고 고등학생답지 않은 논리력과 추리력을 가진 미도, 연예인이 되고 싶은 예희, 소심한 하재, 똑똑한 채율,

명랑하지만 한 편으로 아픔을 간직한 성윤 등 인물들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고등학생인 만큼 사건을 철두철미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우연히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거나 한 순간의 생각으로 진전되는 것이

현실감을 더 불어넣어준 것 같다. 추리 소설을 기대하고 보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재미난 소동극 쯤으로 생각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의 전작을 읽지 않아 하라온이라는 인물이 조금 궁금해졌는데 기회가 된다면

전작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