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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사이먼 리치의 장편소설 '천국주식회사'를 읽었다. 하느님이 회사의 경영자라는 상상을 토대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책의 줄거리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하느님의 계획을 취소시키기 위해
천사 일라이자와 크레이그가 두 인간 로라와 샘을 키스하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천국주식회사라는 회사를 세워서 여러 부서로 나누어 천사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는 설정이 참신하고 대단하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기적부'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 부서에서는 천사들이 작은 기적을 행하려고 노력한다.
노인이 버스를 타게 하기 위해 버스를 잠시 멈추고, 무더위 속에서 소화전이 터져서 시원한 물을 맞게 하는 등
작은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많은 일들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하느님을 인간 세계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성격을 가지게 한 것도 흥미롭다.
여러 경기에 관심이 제일 많으면서 누가 들어오면 전쟁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척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독실한 신자들은 조금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까.
기발한 상상력에 그치지 않고 계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샘과 로라를 이어지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재미있는데,
두 명의 성격이 너무도 소심하여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동안 여러 일들을 일으켜서 겨우 둘이 마주치게 하여도 짧은 몇 마디만 하도 헤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천사들이 얼마나 속이 터질까 상상이 되었다.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밑줄>
한 소년과 소녀가 하계 학교를 갔다가 집으로 걸어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8월의 잔혹한 무더위 속에서 따분함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크레이그는 그들이 근처의 소화전 가까이로 다가설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지하 압력을 순간 증폭시켜 소화전을 폭파시켰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터져 나오면서 아이들이 홀딱 젖었다. 아이들은 그 폭우 속에서 깔깔깔 웃으며 춤을 췄다. (p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