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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8
도쿠나가 케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평점 :
제 12회 보일드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도쿠나가 케이의 제목도 긴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를
읽었다.
이 책은 낮에는 콜센터 상담원을 하고 밤에는 만화원고를 그리는 이중생활을 하는 여성 구에다 아야카와
자신이 스파이라고 말하는 센터장 기무라 이치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스파이라는 제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스릴은 거의 없는 작품이다.
생활밀착형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센터장 기무라 이치로는 콜센터라는 회사에 녹아들어서 생활하며
이중생활 소녀(?)인 구에다 아야카의 인생도 드라마틱하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는 지루함이 없었는데, 우선 구에다 아야카의 삶이 공감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콜센터가 천직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직업을 갖고 있는 모습, 그러나 만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밤에 잠도 못자고
만화를 그리는 모습이 우리 시대의 청년들을 그리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프리타'라고 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닌가보다.
또한 다치바나 여사의 강제 같은 부탁으로 기무라 이치로를 미행하는 장면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었다.
도저히 무엇을 만들어 먹을 지 종잡을 수 없는 요리 재료와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장면은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출판사에 대한 부분이다. 만화와 소설이 같은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원고를 매우 빠른 속도로 넘기거나 개선점을 이야기하는 등 이런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앞으로 책을 내볼 생각은 없긴 하지만 만약 편집장이 내 앞에서 나의 원고를 읽는다면
정말로 부끄럽고 긴장될 것 같아 그런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P.S. 놓쳐서는 안되는 보너스 부분이 있는데, 뒤에 수록되어 있는 '내가 사랑한 스파이'이다.
본 작품과는 또다른 매력을 주는 단편 이야기라 별 생각 없이 읽다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만화같은 설정에 실제로 구에다 아야카가 영감을 받아서 쓸 법한 내용이라 조금 유치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