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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6월
평점 :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소설 《13 계단》을 읽었다. 작가의 데뷔작이 개정판으로 나온 것으로 2001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도서관에서 한창 추리소설을 빌려 읽을 때 13 계단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이 눈에 띄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책이 너무 낡아서 건너뛰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이렇게 리커버판으로 만나게 되었다.
소설은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갔다 온 '준이치'와 교도관 '난고'가 사형수 '료'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교도소의 생활은 매체 말고는 쉽게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마저도 재미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 상당할 것인데 이 소설도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담담한 어투로 현실적인 묘사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두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료는 사건 당시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 유일한 기억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는 것인데, 준이치와 난고는 이 기억을 토대로 어딘가에 있을 진범을 찾아 나선다.
소설을 읽으면서 진범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이 벌이는 노력의 과정도 재미있었지만, 사형 제도에 대해 엇갈리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나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이 받는 심적 부담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일본과 비슷하지 않을까. 눈을 가리고 수갑을 채우고 밧줄을 씌운 다음 버튼을 눌러 교수형에 처하는 그 과정이 무척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물론 사형수들은 심판을 받아야 할 만큼 끔찍한 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형의 집행관들은 어떤 잘못을 했길래 한 사람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앗아가야 할까. 자신이 누른 버튼으로 인해, 자신이 씌운 밧줄로 인해 한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이 마음을 엄청나게 괴롭힐 것이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성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 리커버판과 더불어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도 같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도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