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샬럿 버터필드의 장편소설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을 읽었다.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바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38세가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슬픔에 빠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넬'은 그런 게 아니라 예전에 만난 예언가가 자신이 38세의 나이인 2024년 12월 16일에 죽게 된다고 말한 걸 20년 가까이 믿어왔던 것이다. 자신이 죽을 날짜를 안다는 사실에 사로잡힌 넬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왔고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 5성급 호텔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채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음날 체크아웃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직원에 의해 깨어난다. 당연히 살아 있는 채로.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의 원제목은 'The Second Chance'다. 넬은 원제목처럼 2024년 12월 17일부터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일단 자신이 죽는다는 확신이 너무나도 강했던 그녀가 보낸 편지를 수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보는 내가 수치심이 들 정도였다. 가족들을 걱정시키는 건 물론 과거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이 참 흥미로웠다.


계좌도 핸드폰도 집도 없는 자연인이 된 넬은 차근차근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지 정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넬과 나의 MBTI가 완전히 반대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모든 선택이 놀라웠다. 모험을 싫어하고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서 그런지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넬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가진 게 없음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독립심을 가지는 것도 보기 좋았다.


책을 덮으면서도 넬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넬이라면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 설정을 만들어낸 책이었다. 39세를 즐길 수 있게 된 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