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평점 :
헬레네 플루드의 장편소설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를 읽었다. 작가의 전작 《테라피스트》가 훌륭한 심리 스릴러였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기대가 컸다.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불륜과 살인이다. 주인공 '리케'는 윗집 남자 '요르겐'과 불륜 중이다. 주말에도 그가 혼자 집에 있는다는 말에 만나러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다시 돌아온 리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미 그가 죽어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작품 역시 심리적으로 조여오는 솜씨가 아주 대단했다. 주인공 리케는 가정을 깨고 싶지 않지만 당연히 자신의 가족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그러나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 할 것 같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리케는 범인이 누군지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만약 내가 리케의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수사가 진행되면 어차피 밝혀질 것이니 미리 말하는 것이 결국 의심을 피하는 길이 아닐까. 그러나 그 말을 꺼내기 정말 힘들 것 같긴 하다. 믿었던 사람에게 가장 큰 배신을 털어놓아야 하니까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피가 튀고 신체가 절단되는 스릴러보다 심리적으로 옭아매는 스릴러가 더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잔인함이 아니라 밝혀지면 안 되는 사실이 두려워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힘든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이 소설이 딱 그 바람을 만족스럽게 충족해 주었다.
요 네스뵈에 이어 헬레네 플루드라는 노르웨이의 멋진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되어 기쁘다. 이미 노르웨이에서는 그녀의 세 번째 작품 《The Widow》가 출간되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그 작품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