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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평점 :
사라 페너의 장편소설 《런던 비밀 강령회》를 읽었다. 《넬라의 비밀 약방》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작가의 작품이다.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영혼을 불러내는 강령회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한다. 한 명은 '레나'로 얼마 전에 죽은 동생 '애비'에 관한 진실을 알기 위해 유명한 영매사 '보델린'과 함께 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몰리'로 런던 강령술 협회 심령부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작가의 전작이 훌륭한 여성 서사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있었다. 작가 노트를 보면 강령술은 여자가 남자보다 존경받을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고 쓰여 있다. 유명한 영매는 대체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강령술 협회 자체에는 여성의 출입을 금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레나와 애비, 보델린은 그 닫힌 사회의 틈을 찾아 문을 열어젖힌다.
레나는 동생 애비의 죽음을, 보델린은 강령술 협회 회장 '볼크먼'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인다. 보델린은 사기꾼 영매와 차원이 다른 존재로 볼크먼의 흔적을 찾아 영감을 얻고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레나 역시 동생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숨겨진 음모를 하나씩 걷어낸다.
이들이 밝혀낸 진실은 추악하기 그지없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어서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여성 서사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모든 여성을 선역, 모든 남성을 악역으로 분류하는 오를 범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여러 인물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소설이 더 다채롭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보델린이 행하는 7단계 강령술은 꽤 그럴듯해서 실제로도 행해지는지 궁금했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전적으로 지어낸 것이라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만큼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를 하고 상상력을 짜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