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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평점 :
B. A. 패리스의 장편소설 《블랙워터 레인》을 읽었다.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블랙워터 레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나와 새 단장을 하고 나온 작품이다. 사실 6년 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읽은 지 모르고 다시 읽었다. 초반 전개가 무언가 익숙해서 찾아본 결과 알게 되었다.
주인공 '캐시'는 숲속으로 난 지름길로 차를 몰다 차 안의 여자와 눈을 마주친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대로 지나치고 다음 날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패닉에 빠진다. 큰 충격을 받은 캐시는 점점 이성을 잃기 시작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을 겪는다.
이미 한번 읽었지만 세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책의 뒷면만 보아도 가스라이팅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가 있다. 분명히 누군가 캐시를 속이는 것은 분명한데 그게 누구인지가 끝까지 헷갈렸다. 남편 '매튜'와 친구 '레이첼', 직장 동료 '존, 죽은 여자의 남편 '알렉스'까지 수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약속을 잊어버리고 주차한 위치를 까먹는 등 캐시의 숨통을 조여오는 그 모든 것들이 소름 끼쳤다. 사람 한 명을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제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캐시는 모든 진상을 깨닫고 반격에 나선다. 마치 주말 드라마에서 비밀이 밝혀진 후 주인공이 각성하듯, 이 작품도 초반부의 답답함을 견디고 나면 사이다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나에게도 고질적인 기억력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가방 문 활짝 열린 채로 다닐 때가 많다는 것. 그 와중에 안에는 아이패드 같은 고가의 물건이 들어있을 때도 있으니 도대체 왜 이 모양인지 싶다. 돌아다니는 당근 무료 나눔 수준이다. 이런 상태라면 가스라이팅 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어떤 물건이든 아주 손쉽게 넣거나 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