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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평점 :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을 읽었다. 4년 전에 《사랑 없는 세계》를 읽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작품이다. 두 작품의 작가가 동일하다는데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두 소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일을 바라보는 그 진지한 자세는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임업'에 집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백수가 된 주인공 '유키'는 영문도 모른 채 가무사리 마을로 끌려간다. 임업에 취업하는 조건으로 나라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그린 채용 제도에 신청된 상태였던 것이다. 1년 동안 연수생 생활을 하게 된 유키는 오자마자 휴대전화도 뺏기고 마땅한 교통편도 없었기에 마을에 감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일 고된 노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키는 조금씩 가무사리 마을의 매력을 알아간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게 나를 투영시키기 때문에 초반부의 전개에 경악스러웠다. 휴대폰 중독자인 내가 그런 곳에 간다면 하루도 못 견딜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힘이라고는 없는 몸뚱어리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키는 정말 대단하다. 처음에는 툴툴거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엿한 산 사람이 되었던 그에게 본받을 점이 참 많다.
《사랑 없는 세계》에서 각종 과학 지식으로 독자를 공격했다면 이번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은 임업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과정을 가르치면서도 초기에 임업과 농업이 주로 이루어졌다고만 알려주지 임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유키를 구박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요키'나 같이 일하는 '이와오', '사부로' 등 매력적인 인물이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키운다. <우드잡>으로 나온 영화도 궁금하다. 그 멋진 작업들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