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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ㅣ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4
헬렌 라일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6월
평점 :
헬렌 라일리의 장편소설 《문이 열리면》을 읽었다. 1943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미묘한 관계에 놓인 백만장자 '나탈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이모 '샬럿'이 총에 맞은 채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목처럼 여러 문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첫 장면부터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는 주인공 '이브'로 시작한다. 이브는 나탈리의 이복 언니로 다른 가족과 다르게 나탈리의 돈에 의지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오늘도 꼭 해야할 말이 있어 나탈리의 집에 도착한 그녀는 한참동안 그앞에서 고민한다.
오래전에 쓰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브는 샬럿이 엽총으로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자 몹시 동요하며 그릇된 행동을 한다. 범인을 지레짐작하여 이를 감싸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쉽게 범인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 의심스러운 구석을 만들고 여러 반전을 준비하여 누가 범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최후반부에 등장한 범인은 충격적이었다.
경찰 '맥키'의 수사를 따라가며 소설을 읽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모든 것을 허투루 보지 않고 여러 단서와 증언을 얻어 추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이 크리스토퍼 맥키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한 범인도 충격적이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결말이기도 했다. 파격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오래 전에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왜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이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