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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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청소년 소설 쓰기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가 떨어지고 이를 활용하여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금기를 어기게 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쓰다 말았고 컴퓨터에 고이 잠들어 있다.

 

탁경은 작가의 장편소설 소원 따위 필요 없어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비상 버튼을 누르면 다른 세계로 이어지고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끝까지 쓰지도 못한 나와 전문 작가의 솜씨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그만큼 특별한 소재는 아닌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끝까지 읽어보니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소설의 주인공 세 명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저마다 소원이 있다. 아역 배우 민아는 혈액암에 걸렸다. 어쩌다 그렇게 큰 병에 걸렸는지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하며 힘든 나날을 버티고 있다. 건강해지는 것이 민아의 간절한 소원이다. ‘동수는 두 다리가 마비된 상태다. 다시 두 발로 걸어보는 것이 동수의 커다란 소원이다. ‘혜주는 셋 중 유일하게 꾀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다. 그러나 혜주도 부모님의 과도한 압박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 숨을 조여오는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혜주의 소망이다.

 

소원 따위 필요 없어는 현실과 SF를 적당히 섞은 소설이다. 병원에서 인물들이 겪는 아픔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예전에 다리를 다쳐 한동안 걷지 못한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다. 동수와 민아는 부모님의 눈치도 본다. 아픈 자신들로 인해 부모님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현실에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이들이 만난 새로운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병도 쉽게 고칠 수 있고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그 세계에서 세 명이 하는 경험과 선택은 독자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가족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복잡다단한 마음이 들었다.

 

이러쿵저러쿵 개연성을 따져도 아이들이 완벽하게 다 나아서 행복해하는 해피 엔딩을 좋아한다. 그러나 소설은 설득력 있으면서도 울림까지 있는 결말을 택함으로써 더 깊은 여운을 주었다. 소설은 끝났지만 민아, 동수, 혜주 모두 조금 더 행복한 삶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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