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라키의 머리

나도라키의 머리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집 《나도라키의 머리》를 읽었다. 데뷔작 《보기왕이 온다》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벌써 몇 편이나 섬뜩하고 재밌는 소설로 눈을 즐겁게 해왔다. 이번 작품은 히가 자매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나도라키의 머리》는 히가 자매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각각 매우 다르다. 앞선 작품들이 호러 분위기 위주였던 것을 생각하면 더 반갑기도 한데, 호러보다 이야기와 반전에 더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서운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품도 있는 반면, 슬픔과 감동을 담은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작품에 전반적으로 깔린 호러 분위기는 역시나 훌륭하다. 5층 사무실에만 가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 학교 체육관에 나오는 귀신 등 그 경위를 알기 전까지는 모든 이야기가 섬뜩해서 좋았다. [술자리 잡담] 같은 신선한 방식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갈수록 날이 선 폭로와 공격에 이어지는 반전까지 모든 부분이 재미있었다.

‘장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전문성을 쌓아 온 사람들의 시작 단계는 어땠을까. [학교는 죽음의 냄새]에서 히가 자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출간되지 않은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이 아직 여러 권 남아있다. 얼른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