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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 ㅣ 안전가옥 쇼-트 17
강민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평점 :
운동을 아주 싫어한다. 왜 인간은 운동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게 만들어진 것인지 원망스럽다. 작년 한 해에 억지로 헬스장에서 PT 수업을 받았다. 지하에 있는 헬스장으로 내려갈 때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에 나 자신을 비유하곤 했다. 강민영 작가의 《전력 질주》를 읽으며 나는 저 상황에서 바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력 질주》는 재난 앞에 연대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국내 최대의 스포츠센터인 송도 트라이센터에 방문한 ‘진’과 ‘설’은 생명의 위협을 겪는다. 기나긴 장마로 인해 침수가 생겨 건물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다. 지하에서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은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진과 설은 수영과 달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수영과 달리기를 장면이 아주 자세히 묘사된다.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상상이 잘 됐다. 바다와 땅 모두 날씨가 따라줘야만 수영과 달리기를 할 수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인 이 작품은 짧은 분량 속에 재난과 연대를 담고 있다. 각자 어떤 상처를 간직하고 있어 위험 속에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진과 설은 서로를 돕는다. 장기가 달라 도움도, 걸림돌도 되는 두 사람이 인상적이다.
흔히 재난을 소재로 삼을 때 장황한 배경이 덧붙여지곤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족 없이 두 사람에게만 딱 집중한 점이 좋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2020년에 있었던 ‘미친 장마’로 인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23년에 이들은 마음껏 달리고 헤엄칠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