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조금 전 유튜브 너덜트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상대적 박탈감에 관한 것이었다. 이직해 통근 거리가 멀어져 독립을 알아보는 친구가 월세가 비싸다고 불평한다. 이를 두고 다른 친구는 3년째 취업을 못 해 눈치 보이고 최근 부모님의 다툼이 늘었다고 눈총을 준다. 또 다른 친구는 부모님이 이혼해 집에 부모님이 함께 있는 시간조차 없다며 타박한다. 우스꽝스럽지만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이 갔다.
마찬가지로 방금 다 읽은 백온유 작가의 《페퍼민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전작 《유원》이 마음을 강하게 두드리는 작품이어서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다행히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
‘시안’과 ‘해원’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되는 소설이다. 절친이었던 이들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고, 시간이 흘러 현재에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해원은 숨 막히는 학원과 서운한 게 많은 남자친구로 고민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반면, 시안은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엄마 외에 어떠한 고민도 할 수 없다.
시안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그 삶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긴 시간 동안 엄마를 돌봐와서 능숙해진 그 일상이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해원이 엄청나게 행복한 인생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해원도 큰 상처가 있고 이를 꼭꼭 묻어둔 채 밝은 척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의 크기는 비교할 수 있다. 해원의 평범한 불행은 시안에게 상처가 되었다.
시안이 독을 품고 해원에게 하는 행동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가시를 잔뜩 세운 고슴도치처럼 상대를 찌르지만 결국 제일 아픈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시안은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호러 소설도 아닌데 비명을 지르며 소설을 읽을 지경이었다.
결말이 살짝 아쉬웠지만 《페퍼민트》로 인해 백온유 작가의 이름이 머리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벌써 세 번째 작품도 기대하게 된다.
어울리지도 않는 불행한 표정으로 해원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150쪽)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슬픔을 최선의 선생님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덕분에 나는 아주 조금 가벼워졌는지도. (194쪽)
엄마는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몸을 벗어 잠시 개켜 놓고 엄마의 영혼 옆에 나란히 누워 보고 싶다. (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