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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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워.’ 출근 전에 하는 생각이다. 아직 집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다. 그런 요즘 눈에 들어온 책 제목, 《가고 싶지 않아》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큰 인기를 끈 스미노 요루를 포함해 여섯 명의 작가가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주제로 한 편의 이야기를 써냈다. 이 작가들은 과연 어떤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가고 싶지 않아》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여 다양한 곳에 가고 싶지 않아 한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아이들부터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준다. 평소에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많기에 그런 부류의 이야기를 제일 관심 있게 볼 줄 알았는데, 오히려 흥미로웠던 것은 회사 이야기였다.


[네가 좋아하는/내가 미워하는 세상]은 취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도저히 취향이 아닌 작가를 매주 칭찬하러 오는 학생 때문에 곤란한 보건 교사의 이야기다. 사실 아이와 어른의 취향이 애초에 같기 어려울뿐더러 사람의 취향은 정말로 천차만별이라서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나만 해도 성장과 공포라는 다소 극단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곤란한 상황 속 무례한 과거의 친구까지 나타나 주인공의 마음은 엉망진창이 된다.


[핑퐁 트리 스펀지]는 로봇이 회사를 가고 싶지 않다는 신선한 발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의 원칙이나 비주얼 같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이 들어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로봇이 왜 가고 싶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수께끼가 더욱 깊어지는 기분이었다.


[컴필레이션] 역시 SF의 결을 가진다. 매일 저녁 모르는 사람이 집에 찾아와 요리를 해주고 이야기를 나눈다. 예전에 <기묘한 이야기>에서 본 미녀캔이 생각나기도 했다. ‘모모’라는 주인공은 왜 매일 모르는 사람과 친구인 양 지내는지, 도대체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궁금했다. 단편의 경우 장편보다 만족스러운 마무리의 매듭이 더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컴필레이션]의 결말은 가장 만족스러웠다.


이제 서평을 올리고 잠들면 어김없이 또 출근해야 한다. 그래도 친구와 고기를 먹을 예정이니 ‘가고 싶지 않아’의 마음은 조금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보람은 전혀 없지만 일터가 나한테 제일 중요한 장소가 아니니까 그거면 되지 않을까 싶어.”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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