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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 소설을 거의 처음 읽었을 때 만난 작가다. 그때 읽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일 것이다. 자극적인 설정에 불쾌하기까지 한 묘사, 충격적인 반전까지 강렬한 기억을 선사해 준 소설이었다. 10년도 훨씬 전에 읽었는데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였다.
이번에 읽은 《수상한 중고상점》은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미스터리가 기본적으로 밑에 깔려있지만, 소설 전반적으로 따뜻함이 가득 담겨있는 기분 좋은 작품이다. 주인공 히구라시 마사오는 가사사키 조스케와 함께 중고상점을 운영한다. 이득보다 손해를 볼 때가 더 많은 그런 곳이다. 그러나 이 중고상점은 손님의 고민까지 함께 매입하는 특별한 곳이다.
총 네 명의 손님이 등장하는 이 소설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중고상점을 이용하러 온 손님은 우연히 자신의 고민을 드러낸다. 가사사키는 그 고민을 제멋대로 추측하여 틀린 답을 내놓는다. 히구라시는 가사사키를 우러러보는 학생 나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적당히 사건을 조작하고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한다.
상당히 독특한 패턴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등장하는 탐정은 사실 엉터리고 실제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조수라니, 게다가 조수는 탐정을 위해 사건을 꾸며내기까지 한다. 히구라시의 배려하는 마음이 보기 좋았다. 후반부에 기다리고 있는 작은 반전은 책의 호감도를 더 높여준다.
어떤 장소에 각자 고민이 있는 사람이 방문하고 위로받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만큼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미치오 슈스케의 《수상한 중고상점》은 뻔하지 않은 힐링 드라마였다. 따뜻하고 신선했다.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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