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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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될 때가 기억난다. 조금 무섭긴 했지만 메르스와 비슷하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의 장편소설 《엔드 오브 맨》 역시 바이러스에 관한 소설이다. 코로나 이전에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 시대를 예측하고 반영했다.


이 소설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이러스에 남성만 공격하는 설정을 부여한 것이다. 다만 여성도 숙주가 될 수 있어 바이러스를 가진 여성은 자신에게는 해가 없지만 접촉한 남성을 감염시킨다. 그렇게 남성의 90%가 목숨을 잃고 세계는 큰 위기와 변화를 겪는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이런 변화는 많은 파장을 낳고 그 결과를 작품 속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바이러스에 맞서는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감염 위험으로 오랜 시간 동안 면회를 가지 못한 요양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허무하게 가족을 떠나보내고 장례식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상황 역시 우리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식당이나 카페 등 여러 시설을 9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고 최대 2명까지만 사적 모임을 허용한 적이 있었다. 방역 수칙에 따르면서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집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코로나 블루에 걸린 사람도 많았다. 이 역시 《엔드 오브 맨》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행히 소설은 재난 상황에서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보다 어떻게 회복하고 적응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남은 인류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저마다 애쓰는 모습 역시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살아남았고 역병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역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도 마스크를 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면 코로나가 먼 과거가 되어 있길 바라며, 《엔드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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