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도가미 히로마사의 장편소설 《선은 나를 그린다》를 읽었다. 가끔 전시회를 보러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지만 그냥 가서 작품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일종의 지적 허영심이 아닐까 싶다. 종종 전시회에 같이 가는 친구는 마음으로 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어쨌든 예술 문외한인 나에게 이번 작품은 매우 신선하고 독특했다.


주인공 ‘아오야마 소스케’의 집은 텅 비어 있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텅 빈 마음처럼 집도 비어 있는 채로 내버려 둔다. 아르바이트하러 간 전시회장에서 아오야마는 수묵화의 거장 시노다 고잔에 눈에 띄어 그의 제자가 된다. 그렇게 구원이 시작된다.


‘수묵화’, 참 생소한 분야의 미술이다. 채색을 쓰지 않고 먹만으로 그리는 동양화 고유의 회화 양식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미술 교과서에서나 잠깐 보았던 수묵화를 이 소설은 ‘아름다운 글’로 묘사하는 재주가 있다. 수묵화를 그리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때마다 정신을 또렷하게 집중하고 봐야 할 정도로 참으로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이어진다.


소설 속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휘호회 부분이었다. 이른바 수묵화를 시연하는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연주회를 보는 기분으로 휘호회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는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마음이 비어 있는 공백 상태의 아오야마가 마지막에 깨달은 수묵화의 기법이 여백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얀 종이처럼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아오야마는 결국 여백을 통해 아름다운 수묵화를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도 하나씩 채워나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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