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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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의 소설집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을 읽었다. 일단 제목과 표지가 너무 귀엽다. 거기에 센스 있는 띠지까지 보고 나면 이미 책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 SF 소설가로 유명한 곽재식 작가는 MBC <심야괴담회>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총 열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 역시 다양한 SF 이야기가 들어있다.


표제작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외계인이 본 인간들에 대한 분석이다. 이들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거리낌 없는 인간의 의외의 모습에 주목한다. ‘외계’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라 몸에 작은 구멍만 생겨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거나 전파통신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 등 인상적인 표현들이 곳곳에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네 번째 작품 [슈퍼 사이버 펑크 120분]이다. 정보 이용 세금 정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김 박사의 험난한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연말에 부모님의 연말정산을 도와준 기억이 떠올랐다. 이미 만료된 공인인증서를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통장 무슨 번호를 입력하고 아무튼 매우 짜증이 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 박사는 이보다 훨씬 더 답답한 과정을 지나야 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숨을 돌린 것도 잠시, 연이어 나오는 [판단]과 [차세대 대형 로봇 플랫폼 구축 사업]도 가관이다. [판단]은 유튜브 콘텐츠로 활용되면 재밌을 것 같다. 목소리 좋은 배우가 낭독하면 빨려 들어가지 않을까? 무시무시한 꼰대 상사의 독백 같은 훈계 폭탄으로만 이야기가 구성되었다. [차세대 대형 로봇 플랫폼 구축 사업]은 연구개발 과제를 수월하게 완성했지만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박 과장 때문에 고생하는 이 박사와 김 박사(그러고 보니 여기도 김 박사가…?)의 고생이 그려진다. SF 이야기를 생각하며 소설을 펼쳤는데 과학을 가미한 두 편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리뷰를 쓰면서 열 편의 이야기를 돌아보니 아예 초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현실적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몰입도가 더 높았던 것 같다. 곽재식 월드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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