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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ㅣ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평점 :
무경 작가의 장편소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을 읽었다. 경성을 배경으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에드가 오’가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고전 문학을 읽느라 지쳐 있던 때에 만난 이 소설은 단숨에 흥미를 끌어올렸고, 결국 45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다 읽은 책이 되었다.
이 ‘에드가 알란 오’라는 주인공이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모던 보이를 꿈꾸는 에드가 오는 고급스러운 페도라를 쓰고 다니며 딱히 일정이 없어도 마음가짐을 위해서 집 안에서 옷을 갖춰 입고 있다. 지금 서평을 쓰고 바로 잘 거라 목이 늘어난 티를 입고 있는 나를 본다면 에드가 오 씨는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그런 상태로 무슨 좋은 서평을 쓸 수 있겠냐고 핀잔을 주면서 말이다.
이렇게 자기 신념이 확고하며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에드가 오는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다. 전날 밤 함께 술을 마신 친구가 도끼에 목을 맞아 사망한 것이다. 그 현장을 보고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도망친 에드가 오는 범인으로 몰려 모진 심문을 당한다. 심문 장면에서는 내 몸이 아플 지경이었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은 기승전결이 완벽한 추리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탐정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한 에드가 오의 허술함을 보는 재미가 있다. 추리 소설보다는 도끼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지루함 없이 늘어놓아 단숨에 끝까지 읽게 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가깝다. 책의 날개에 ‘작가’보다는 ‘이야기꾼’으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는데 정말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소설이다. 새로운 사건과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을 주변 인물들도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