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급커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리보칭의 장편소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을 읽었다. 특급호텔 캉티뉴쓰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호텔 사장 바이웨이둬로 총을 맞고 숨졌다. 경찰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탐정이자 교수 푸얼타이는 멋들어지게 범인을 밝혀낸다. 이것이 1장 푸얼타이 교수의 내용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어도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탐정도 매력적이고 이야기도 적당히 반전이 있는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장에서는 푸얼타이 교수가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탐정이 나오는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그러나 2장을 펼친 순간 나의 이런 예상은 산산이 조각났다.

뤄밍싱 경관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며 소설은 급격하게 커브를 튼다. 앞선 살인사건이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바이웨이둬를 죽였을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은 진범이 아니고 샤오쉐리 같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까지 소설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독자들을 뒤흔든다.

2장까지 읽고 난 후 이 소설이 만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는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창조하여 그 속에 인물들을 촘촘하게 배치해 놓았다. 어떠한 인물도 이유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없으며 이야기의 구조 또한 딱 맞아떨어지도록 설계한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계속되는 커브에 정신이 어지러워질 때쯤 이 소설은 결말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위트를 빼놓지 않아 미소 짓게 만든다. 왜 소설의 띠지에 찬호께이가 극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