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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평탄한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살면서 큰 좌절을 맛본 일이 별로 없으므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동화책처럼 해피 엔딩이 정해진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평온한 일상 가운데 마음속은 부글부글 끓을 때가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차곡차곡 담아두며 일렁이는 파도가 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안드레 애치먼의 장편소설 《하버드 스퀘어》를 읽으며 과거의 내 마음을 떠올려 보았다.
영화처럼 진행되는 소설이다. 아들과 캠퍼스 투어를 떠난 ‘나’는 하버드에서 과거 자신이 재학했을 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로 넘어간다. ‘내’가 하버드에 다니면서 가장 가깝게 지낸 사람은 동기가 아니다. 우연히 만난 택시 기사 칼라지다.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던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사실 처음에 이 소설을 읽을 때 ‘나’와 칼라지의 로맨스 소설인 줄 알았다. 읽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유명했던 지라 또 제멋대로 내용을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하버드 스퀘어》는 로맨스보다는 우정을 다룬 소설이다.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는지, 또 어떻게 멀어지는지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칼라지와 ‘나’는 그렇게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과하게 개방적인 두 사람의 모습은 때로는 경악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우정만큼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거칠 것이 없었던 칼라지는 점차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특히 후반부의 전개는 마치 이들의 관계를 오랜 시간 보아온 것처럼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을 때 나에게도 칼라지 같은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까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