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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내려온 전화 ㅣ 부크크오리지널 2
글지마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2월
평점 :
글지마 작가의 장편소설 《달에서 내려온 전화》를 읽었다. 글지마는 '글쓰기를 멈추지 마'라는 흥미로운 필명이다. 주인공 '한봄'은 저승차사로 보름달에 생자와 망자를 전화로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더불어 그믐날에는 사망을 신청한 사람들을 인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의 전개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놀랐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떠올린 것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츠나구》였다. 죽은 사람을 특정한 날에만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은 유사하지만 두 작품의 결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츠나구》가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들의 절절한 사연이 중심이었다면, 《달에서 내려온 전화》는 훨씬 건조하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봄은 주민들의 멸시를 받기도 하고 직업 자체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 오면 뭐든 K가 붙어 K-직장인이 되는 것일까.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때로는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하는 한봄을 보며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했다.
단 18분 동안 저승과 연결될 수 있다면 누구랑 통화를 하고 싶을까. 66만원이라는 다소 비싼 금액을 내고 통화할 사람이 있나 생각해 보았는데 외할머니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내가 죽고 난 후에 통화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에피소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달에서 내려온 전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꼬마 주요비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특히 후반부에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으니 조금 건조하더라도 꼭 끝까지 이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이번 3월 보름달과 그믐달을 볼 때 생각날 것 같은 소설, 《달에서 내려온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