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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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을 가장한 연작 소설’에 대해 지쳐있던 요즘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을 읽었다. 그런데 이 작품도 연작 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라 또 실망하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제일 재밌다고 말할 수 있다.


총 네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괴담’에 대한 소설이다. 괴담을 워낙 좋아하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괴담을 다루면서도 굉장히 담담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학교 바닥에서 자신을 노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교사 사카구치, 지네의 모습을 한 생물체를 만난 아사이, 10년 후 대가를 받으러 오겠다고 한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난 이토카와 등 이들이 닥친 상황은 제법 급박하다. 그러나 그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이 침착하고 담담하여 독특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초연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가 이 세 명이 모여 그들에게 도움을 준 마쓰리비 사야와 함께 마지막 괴담을 ‘체험’하는 내용이다. 앞선 세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분량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을 더 좋게 읽은 이유기도 하다. ‘장편 소설’에 걸맞은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또 결말이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이 소설의 결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더 만족스러웠다.


기이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그 분위기에 흠뻑 젖은 기분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 새로운 감정을 꺼내주었다. 현실을 잠시 떠나 비현실의 세계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주었던 소설,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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