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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의 무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평점 :
해외 추리 소설을 읽을 때 인물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설의 배경과 문화, 인물의 생각이 달라서였을까. 그런 점에서 로버트 두고니의 장편소설 《내 동생의 무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장면도 고개가 갸웃거리지 않았던, 깔끔하면서도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트레이시는 20년 전 동생 세라를 잃었다. 사격 대회 날을 끝으로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에드먼드가 의심받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증인과 증거가 연이어 나타나 결국 에드먼드는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러나 트레이시는 수사에 무언가 조작이 있음을 직감한다.
《내 동생의 무덤》은 20년의 시차를 번갈아 진행하며 과거의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현재에 와서도 사람들을 얼마나 괴롭게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다 세라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걸음을 내디딘다. 트레이시는 사람들이 감춰 온 진실이 무엇인지, 동생을 죽인 진범은 누구인지 뒤쫓기 시작한다.
트레이시가 진실을 찾아 나서는 수사 과정도 무척 흥미롭지만, 그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초석 같은 법정 장면도 굉장하다. 어릴 적 친구에서 지금은 멋진 변호사가 되어 트레이시를 돕는 댄의 장면이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시각적 효과가 없이 독자의 상상만으로 장면을 꾸려야 함에도, 이 소설의 법정 장면은 생생하게 묘사되어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점 또한 《내 동생의 무덤》이 가진 장점이다. 20년 전의 수사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조작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와 깊은 친분이 있었다.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또 에드먼드가 범인이 아니라면 진범은 도대체 누구인지 끝의 끝까지 가서야 진실을 알 수 있다.
책의 날개에 따르면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는 벌써 여덟 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다음 이야기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