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담을 좋아한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놀러간 펜션에서 야심한 시각에 들은 혼자 하는 숨바꼭질 괴담이 잊히지 않는다. 말을 재밌게 하는 친구가 어찌나 실감나게 이야기를 하는지 다 듣고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웠다. : 젓가락 괴담 경연은 이런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다섯 명의 작가가 젓가락을 소재로 괴담 릴레이를 펼친다. 미쓰다 신조, 쉐시쓰, 예터우쯔, 샤오샹선, 찬호께이까지 다섯 명이다.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은 단순히 젓가락을 소재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들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엔 그 연결고리를 잘 느끼지 못했다가 다음 작가의 이야기로 넘어갈수록 이 복잡한 연결고리는 사슬에서 그물로 변해 가듯이 커지고 촘촘해진다. 끝으로 갈수록 페이지를 넘기는 데에도 가속도가 붙을 지경이다. 제목에 괜히 릴레이가 들어간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젓가락이 이 소설 속에서는 무시무시한 소재가 된다. 젓가락이 밥을 먹을 때 말고 다른 용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 젓가락 괴담 경연에서는 사람을 저주하고 끔찍한 결과를 일으키는 데 쓰여 무척이나 섬뜩했다.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어낸 : 젓가락 괴담 경연이지만, 한편으로는 각각의 이야기에 작가의 특성이 녹아 있는 것도 흥미롭다. 괴담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 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역시 그의 특성을 살려 짧은 분량으로도 충분한 오싹함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가성비가 좋은 괴담을 선보인다. 쉐시쓰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 편의 이야기에 호러와 슬픔, 감동까지 들어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예터우쯔의 이야기는 추리 소설의 면모가 가장 강하다. 젓가락 괴담이 초래한 끔찍한 비극 속 복수를 행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알쏭달쏭하게 독자를 이리저리 유인한다. 샤오샹선의 이야기는 가장 문학적이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다. 찬호께이는 모든 이야기를 그러모아 한 편의 탄탄한 세계관으로 만드는 데 고생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에 읽은 작품들 중 가장 독특하고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작품, : 젓가락 괴담 경연.

 

* 서평을 쓰는 와중 방에 노린재가 나타났다. 진정한 괴담이 시작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