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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평점 :
용서는 바라지 않는다니,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용서를 바라지 않는 것일까? 아시자와 요의 소설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이번 달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총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모든 이야기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도 일어날 법한 것들이다.
이 이야기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다. 시골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표제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업무 실수를 은폐하려다 더 큰 산을 만나게 되는 [목격자는 없었다], 육아의 고통이 느껴지는 [언니처럼] 등 평범한 소재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인물의 고통은 엄청나기에 특별한 소설이 되었다.
사람들의 악의를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신을 위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그 서늘함이 소설 전반에 묻어 있다. 서술 트릭과 반전을 사용해 짜릿함을 안겨주는 것도 이 소설의 장점 중 하나이다. 힘 있는 이야기에 충격적인 결말이 더해지니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고마워, 할머니]다. 스타 아역 배우를 만들기 위한 할머니의 노력 혹은 강요가 주요 소재다. 가끔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정말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이 맞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부분을 정확히 꼬집고 있었던 이 이야기는 특히나 결말이 충격적이라 여운이 깊게 남았다.
아시자와 요의 전작 《죄의 여백》, 《아니땐 굴뚝에 연기는》을 모두 재미있게 읽어 이제 믿고 보는 작가가 된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작품까지 세 권의 책이 모두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 귀신, 악의 등 다양한 소재로 재미있는 책을 펴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