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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평점 :
프리뷰로 만나봤던 요 네스뵈의 《킹덤》을 실물 책으로 만났다. 표지를 멋지게 잘 만드는 출판사답게 손으로 만든 늑대 그림자가 으스스하다. 아마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운 작품이 될 것 같은 《킹덤》의 매력은 무엇일까? 엄청나게 길긴 했지만 읽는 속도가 더디진 않았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잠을 못 잘 지경이었으니까. 두 형제가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그린 이 이야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첫 번째,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현실적이다. 지나치게 튀는 인물은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성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킹덤》은 모두가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그만큼 몰입감을 높여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물론 사람을 죽이는 내용이 나오지만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싸이코패스가 아니다. 살아가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결국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두 번째, 인물들이 굉장히 입체적이다. 이 두 형제의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위와 칼을 포함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각자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는 럭비공처럼 순식간에 다른 장소로 가버린다. 각각의 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말과 행동은 서로 뭉쳐 점점 커지고 거대한 먹구름이 생성된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퍼붓는다.
세 번째, 결말이 좋다. 모든 소설이 그렇지만 특히 장르소설에 있어 훌륭한 결말을 찾는 것은 어렵다.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고 범인과 배후를 찾아가는 후반부에서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기 위해 억지 반전을 껴넣는 경우도 많다. 《킹덤》의 결말은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는 점, 책을 덮은 후 긴 한숨이 나온다는 점에서 완벽하다.
기나긴 이야기를 읽은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 작품, 《킹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