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6
규영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임용고시 발표 전날 너무 떨렸던 나는 잠을 제대로 설쳤다. 꿈에서 말도 안 되는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대로 탈락한 것이다. 다행히 꿈은 반대였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점수를 확인하고 허탈하게 발표 화면을 내리며 가족들에게 소식을 알리던 그날의 꿈이.

 

규영의 장편소설 옥토는 꿈을 파는 꿈집에 대한 이야기다. 떡집을 운영하던 달샘이 평창동 꿈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이 파는 꿈에는 길몽, 흉몽, 경몽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험을 앞두고 길몽을 구매하고, 미리 꾸는 흉몽으로 악재를 예방한다. 소설의 디테일이 워낙 뛰어나 나 역시 꿈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재를 보면 작년에 아주 큰 인기를 끌었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자연스레 생각날 것이다. 달러구트가 귀엽고 깜찍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다면, 옥토는 어른을 위한 책이다. 훨씬 독하고 가차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꿈집이라는 공간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관계는 순식간에 독자를 꿈집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소설을 읽으며 과거도 꿈이 될 수 있다는 한 인물의 말이 크게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모두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미화하고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막상 현재에 겪을 때는 고통스러워하고 불만을 내뱉으면서 지나온 과거에 대해 말할 때는 그때가 좋았지 추억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성을 가지고 물흐르듯 진행된다는 것도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서문에 나와 있는 꿈집의 시초로부터 시작해 세대를 지나오며 착실히 진행된 예언 혹은 저주가 끝나기까지 그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정말 매혹적이었다. 최근 몇 달간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 옥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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