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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1년 10월
평점 :
김재희 작가의 장편소설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를 읽었다. 경성을 배경으로 세 명의 여자가 고민 상담소를 운영하며 살인 사건의 범인도 잡는다. 심리상담학 석사 학위를 가진 라라를 중심으로 탐정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찬희, 타이핑을 잘하는 선영이 모여 남들에게 말못할 고민들을 하나씩 해결한다.
소설에도 언급되는 내용인데,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에는 빠진 글자가 하나 있다. 바로 ‘성’인데, 미국에서 성 도착증을 연구한 라라가 여성들의 다양한 성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한다. 살짝 당혹스럽긴 했지만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을 시대에서 여성들의 성 문제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와중 이들은 긴 머리의 여성을 살해하고 머리카락을 잘라가는 살인 사건의 범인도 쫓는다. 성 도착증을 연구한 라라답게 이를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으로 간주하여 범인을 좁혀 나간다. 비밀스러운 인물 레이 박사의 뒤를 쫓는 장면이 스릴 넘친다.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는 추리 소설 외적으로도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불법 촬영 혹은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언급을 한 부분이다. 이제 이런 것들이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아직 갈 길이 먼 현실을 머나먼 과거를 배경으로 서술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전작 《경성 탐정 이상》이 다섯 편이나 나온 것으로 보아 이번 작품도 시리즈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흥미로운 설정과 배경이 있는 탐정 소설,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