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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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버리 비숍의 장편소설 《하피스, 잔혹한 소녀들》을 읽었다. 주인공 ‘에밀리’는 상담 치료사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꺼린다. 어렸을 때 좋지 못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소설의 주인공을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미 어른이 되어 번듯한 직업에 약혼자까지 있지만, 에밀리는 중학생 때의 기억이 괴롭다. 그러나 괴로운 이유는 피해자여서가 아니다. 자신이 가해자였던 그 시절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후회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밀리는 인기 있는 매켄지 무리에 들어가 행복하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언제 그 모임에서 내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학창 시절에는 친구 관계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친한 친구와 절교하는 것은 삶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니까. 그러나 이 무리는 선을 넘어섰다. 하피스라는 되도 않는 이름을 만들더니 한 학생을 대상으로 끔찍한 폭력을 행한다.


시간이 지난 후 에밀리는 그 무리의 사람들이 하나씩 죽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괴롭혔던 그레이스의 행방을 찾아 헤맨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독자는 주로 주인공에 몰입하여 책을 읽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독자와 ‘나’는 동일시되기 쉽다. 그러나 에밀리를 응원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면 할수록 씁쓸하기까지 했다.


《하피스, 잔혹한 소녀들》은 복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나에게 이유 없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의 가족을 해치는 일. 그 사람은 가족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울부짖을 것이다. 그럼 나는 말한다. 나는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일을 저질렀냐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착하게 살아야겠지?


여러 생각들과 별개로 최근 가장 빨리 읽은 소설이었다.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들어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다. 하빌리스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장르 소설들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도 모두 재미있었다. 이 출판사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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